▲이정문 선생의 '심술 어린이' 캐릭터들
이정문
어쩜, 한결같이 참 '독한' 생김새다. 함께 80년대를 풍미한 명랑만화 주인공들을 떠올려보면, 당시로서는 얼마나 튀는 캐릭터들인지 알 수 있다. 꺼벙이·로봇찌빠·고인돌·강가딘·둘리…. 얼마나 익살스럽고 능글맞고 푸근하게 생겼는가. 그에 비하면 잔뜩 찌푸린 얼굴들, 검열이 살벌했던 시대에 밉보이기 딱 좋은 인상들이다.
이들이 하는 행동 역시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 낚시 잘하는 데 꽹과리를 두들겨대는가 하면, 목욕탕 안에 사람이 많으니까 악성 피부병 팻말을 들고 '입수'한다. '심술 무기' 또한 방망이·철조망·압정 등 다채롭기 그지없다. '비교육적'이란 굴레를 쓰기 딱 좋다.
허나 '심술 집안'은 무사했다. '심술 유전자의 집약체'인 '심술통'은 일간지(스포츠서울) 시장에 진출했고, 2004년에는 만화시리즈 우표의 마지막 주인공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렇듯 오히려 '심술 집안'이 엄혹한 80년대에 나날이 번창한 이유는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