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크난 옆집 자전거'자전거 도둑'은 애초에 이 자전거를 가져가려다가 뜻대로 안 되자 펑크를 내버렸다.
우광환
'자전거 도둑' 하면 지금도 잊히지 않는 가슴 아픈 영화가 생각난다.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의 이태리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 '안토니오'는 정말 먹고살기 위해 자전거를 훔치려다 잡혀 뭇매를 얻어맞는다. 그 장면은 다시 생각해도 눈시울이 뜨거워질 정도로 처절한 장면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자기 자전거를 잃어버린 안토니오가 가족의 생계를 꾸리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아내의 자전거를 훔쳐간 사람도 그 정도 절박한 심정으로 가져갔기를 바라려고 애써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현실적이지 않은 그 생각에 피식 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아내 말로는 아마도 아이들 짓일 것이라 했을 뿐만 아니라, 이제 자전거는 웬만한 신발값보다도 값이 나가지 않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단 한번 실수로 채워놓지 못한 자전거가 그렇게 허무하게 없어지고 나니, 아내는 무척 속상한 모양인지 아침도 안 먹고 출근해버렸다. 아내가 집을 나서기 전에, '내가 한번 이 근처에서 찾아볼게, 빨강 색이라 눈에 금방 뜨일 거야'라며 위로해도 아내는 머리를 흔들었다.
"어떤 놈인지 차라리 그걸 가져가서 잘이나 타 주면 고맙겠네요. 분명 타고 갔다가 어딘가에 버릴 게 뻔하다구요. 도대체 무슨 심보냔 말이야."씁쓸했다. 외국처럼 자전거 등록제를 실시해서 고유번호를 달자고 주장하고 싶어도 맥이 풀린다. 고유번호를 달고 있는 스쿠터도 수시로 잃어버리게 되니 말이다. 무슨 근거로 그러는지 아내는 거의 아이들 짓이라고 단정한다. 아무려면 어른들이 그까짓 자전거나 작은 스쿠터를 훔쳐가겠느냐는 것이다.
잃어버린 자전거 때문에 얼굴에서 찬바람 휭휭 날리는 아내가 집을 나설 때, 다녀오시라는 인사도 못한 채 눈치만 보고 있는 아이들에게 한마디 던졌다.
"공부 아무리 잘해서 좋은 대학 나와야 다 쓸데없어. 먼저 사람교육을 제대로 받아야지. 애나 어른이나!"뜬금없이 불똥을 뒤집어 쓴 아이들이 엄마가 나가고 나자 서로 자기에게 한 말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을 보며, 나 역시 출근을 서둘렀다. 하지만 잃어버린 아내의 빨간 자전거로 인해 당분간 편치 않을 나날을 보낼 생각에 씁쓸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아내가 자전거를 또 산다면 그 자전거는 다시 베란다 안으로 들어갈 확률이 높아졌다. 자신의 건망증 때문에 자물쇠도 소용없다는 것이 백일하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자전거를 베란다에 다시 두게 된다면 이번엔 들고 내는 담당을 내가 맡게 될 가능성이 크기에 영 불안하다.
아내가 자전거를 잠그지 않아도 없어지지 않는 날은 언제나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