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기 힘겨운 흙산
유지성
이제는 내리막이다. 기분 좋게 노래도 흥얼거리며 산을 내려가니 계곡을 따라 끝없이 이어지는 코스가 기다리고 있다. 이곳은 이전에 비가 내린 곳 같다. 아직까지 군데군데 물과 진흙이 남아 있었다. 이제 온도가 올라가면서 바닥의 습기와 함께 습도 있는 더위가 몰려온다. 사실 사막에서 50도가 넘는 더위 속에서 버틸 수 있는 것은 습도가 적기 때문이다. 그런데 습도 있는 더위를 만나면 천하의 사막의 아들도 견디기 힘들다. 오늘 예감에 탈락자의 대부분은 이곳 계곡 코스에서 발생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첫 번째 체크 포인트를 지나서부터 상연이와 헤어지고 얼마 후 조경일님을 만났다. 수년간 같이 사막을 다니는 조경일님은 이번에 딸 조이가 자원봉사로 참가를 했다. 그런데 첫날부터 신발에 문제가 생겨서 발에 물집이 장난이 아니다. 그래도 딸에게 용감한 아버지가 되고 싶은 마음에 엄청난 고통을 참아가며 버티고 있다. 다행히 나의 무릎 상태는 많이 좋아져서 통증을 못 느끼고 있다. 조경일님에게 스틱을 넘겨 주고 달리기 시작했다.
두 번째 체크 포인트에 도착하니 다케시, 메구미 부부가 서로 발 치료를 하고 있다. 다케시는 작년 고비대회에 같이 참가한 친구로 후쿠오카에서 임대업을 하고 있는데, 올해는 새로 결혼한 신부까지 데려와 둘이 같이 고생 바가지를 하고 있다. 몸은 근육질이고 약간 거칠게 생겼지만 마음이 여려서 눈물이 무척이나 많아 약간의 감동과 고마움이 있으면 자주 우는 친구다.
두 번째 체크 포인트부터는 먼저 출발한 후미 그룹 참가자들을 자주 만났다. 일부는 더위로 인한 탈수로 주로 옆에서 쉬고 있고 발 부상으로 기권한 참가자들도 만났다. 중간 중간 강물을 건너는데 하류 쪽이라 강폭이 넓고 물살이 상당히 거칠다. 주최측에서 스태프와 현지인을 동원해 위험 지역에서는 로프와 사람을 이용해 강을 건너게 했다. 일부 아주 위험 지역은 당나귀 마차도 타고 강을 건넜다. 정말 이번 대회는 그 동안 겪어보지 못한 진귀한 경험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오늘도 송경태님의 도우미는 박미란님이 전담을 했다. 부지런히 쫓아가 교체를 하려 했는데 끝까지 자신 있다며 걱정 말라고 한다. 남자보다 더욱 대단하다 여겨진다. 이번 고비사막 대회의 진정한 영웅은 박미란님이라 생각된다.
네 번째 체크 포인트를 지나서부터 파미르 고원을 가로 지르는 코스다. 해가 저물어 가는 시간에 통과를 하는데 아직도 뜨끈뜨끈한 열기가 남아 있었다. 만약 이 곳을 한낮에 지나 갔다면 더위로 쓰러졌을 것 같다. 이곳의 낮 기온은 영상 50도를 훌쩍 뛰어 넘는 리얼 사막 지역이다. 이 코스에서는 많은 이들이 더위로 쓰러져 링거을 맞거나 탈락을 했다. 주최측에서는 안전을 위해 의무적으로 최소 2시간 이상을 쉬고 가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