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잇그림야히 겨레한테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이 어떻게 다른가를 한눈에 보여주는 무늬그림.
최종규
집에서 일하다가 너무 더워서 혼자서 보리술 한 잔 꼴깍꼴깍 하다가 잠깐 인터넷편지를 열어 보려고 인터넷포털에 들어가 보면, 날마다 ‘살갗 흰 사람’ 나라인 미국에서 일어난 소식이 끊임없이 굵직굵직 다루어집니다. 보려고 하지 않으나 보이게 되고, 짜증스럽게 느껴지는 광고창을 지우다가 잘못 눌러서 억지로 보게 되기도 합니다.
문득문득, ‘내가 저 미국이라는 나라 소식까지 들을 까닭이 없으니 텔레비전도 보기 싫고 신문도 보기 싫은데, 인터넷을 하면서 이런 소식을 보지 않을 수 없다면 인터넷도 하지 말아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루만 지나도 쓰레기처럼 쌓이다가 버려지는 미국이라는 나라 소식들인데, 이런 쓰레기 소식이 아니라, 참으로 내 삶을 북돋우고 내가 알아가면서 깨달아야 하는 이야기를 알고 싶어서 텔레비전을 끄고 신문을 찢고 책을 펼치지 않았나’ 하고 돌이켜봅니다.
학교를 다니는 동안 외워야 했던 세계사와 세계지리 지식쪼가리로는 다뤄지지 않던 이웃 아시아 나라들 발자취와 삶을 알아보고 싶어서, 똑같은 ‘살갗 흰 나라’이지만, 덴마크며 폴란드며 에스파냐며 헝가리며 체코며 오스트리아며 핀란드며 아일랜드를 제대로 알고 싶어서, 새책방과 도서관을 쑤시다가 마땅한 책을 만나지 못해 헌책방을 뻔질나게 드나들게 되지 않았는가 하고 헤아립니다.
어쩌면, 저로서는 그 ‘살갗 흰 사람’이 모여 있는 나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말든 제 삶하고는 아무런 이어짐이 없습니다. 이음고리가 없습니다. 잇고 싶지도 않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지금 우리 나라 거의 모든 사람들 삶과 생각과 터전하고, 우리 이웃 아시아 나라 사람들 삶이나 아프리카 나라 사람들 터전이나 남아메리카 나라 사람틀 생각은 조금도 안 이어져 있는지 모르겠어요. 굳이 이어야 할 까닭이 없다고 생각할지 몰라요. 꾀죄죄하며 가난뱅이인 나라들하고는 남남이라고 여기지 싶어요.
무엇보다도, 우리 스스로 우리가 우러러 마지 않는 그 ‘살갗 흰 사람’들마냥 ‘살갗 하얗게’ 되고프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살갗 희다’는 사람들 모인 나라에서 밑바닥에서 일한 사람들, 쟁기와 삽을 들고 논밭을 일구던 사람들은 죄다 우리 ‘살갗 누런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낯빛이 흙빛이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