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암산 들어서는 길커다란 삼나무가 이색적인 풍경을 만들어 주고 있다.
전용호
백양사 나들목으로 나와 국도 1호선을 따라간다. 몇 년 전 백양사 단풍구경 왔다가 기차를 기다리던 백양사역과 버스터미널 풍경이 그대로다. 얼마 못가 남창계곡을 안내하는 표지판이 보인다. 한적한 길을 조금 들어가니 매표소가 보인다. 매표소는 문이 닫혀 있으나, 여기부터 국립공원임을 알려주고 있다.
남창계곡은 내장산국립공원 안에 있다. 내장산국립공원은 정읍 내장산과 장성 백암산, 입암산을 포함한다. 그래서 한때 국립공원 이름을 놓고 다툰 적이 있다. 국립공원 이름을 내장산·백암산국립공원으로 바꾸자고 한 것이다. 하지만 반대하는 쪽도 만만치 않았는지 아직도 내장산국립공원이다.
계곡을 따라 이어진 길은 푸른 산빛을 받아 싱그러운 느낌이다. 서둘러온 피서객들이 계곡을 오르내리며 미리 온 더위를 즐기고 있다. 언제 비가 왔냐는 듯 해는 중천에 떠서 내려보고 있다. 도로가 끝나는 곳에서 산행이 시작된다. 들머리 풍경은 단출한 가게가 몇 군데 있고, 군데군데 펜션을 짓는다고 공사를 벌여 놓았다.
오늘 산행에 꼬마조카 도희(3)도 동행을 했다. 계곡에 간다니까 데려가라 해서 함께 왔다. 힘들지 않은 산이라지만 산행을 생각하니 난감하다. 처음 계획은 산성골로 들어서서, 남문과 북문을 거쳐 갓바위를 올라갔다가 은선골로 내려올 생각이었다. 하지만 도희와 함께 가려면 힘들겠지. 가는데 까지 갔다가 돌아와야 할 것 같다.
시원한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올라가는 산길산으로 들어서자 계곡 옆으로 커다란 삼나무가 늘씬하게 하늘을 보고 있다. 계곡에는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산길은 넓다. 이 길은 장성새재로 옛날에 장을 보러가거나, 한양을 가기 위해 정읍으로 넘어갈 때 지름길로 이용하던 길이라고 한다.
새재 갈림길에서 입암산쪽으로 계곡을 따라 간다. 시원한 물소리. 조금 전 소나기로 숲은 물기를 잔뜩 머금었다. 모기도 극성이다. 재형이(초6)는 다리를 집중공격하고 있는 모기에 짜증을 부린다.
계곡을 건너 다리를 만나고 이어진 길은 온갖 나무들의 전시장이다. 숲길은 안개를 담기도 하고, 나뭇잎 사이로 햇살을 들이기도 한다. 도희는 아내와 재형이의 손을 잡고 장난을 하면서 걷는다. 그림책으로만 보던 다람쥐를 보고서 무척 신기해하기도 하고, 나비를 보면서 해맑게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