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2시 국가기록원 방문조사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노 전 대통령 관계자들. 왼쪽부터 전해철 전 민정수석, 천호선 전 대변인, 김경수 비서관.
황방열
[쟁점②] 청와대와 정치권의 주장은 적절한가 청와대와 정치권은 봉하마을 측에 수많은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하지만 그 주장을 면밀히 살펴보면 사실관계에 문제점이 많이 드러나고 있다. 우선 청와대와 정치권이 언론을 통해 주장해온 몇 가지 사실만 살펴보자.
- 청와대 및 정치권 발표 일지- |
6월 13일 : 노무현 정권 청와대 직원들, 내부자료 유출 6월 15일 : 봉하마을 e-지원 시스템 유출 위험, 온라인 차단 공식 요청 6월 15일 : 봉하마을 40만 인사자료 '봉하마을'로 유출 7월 6일 : 청와대 서버 유출 '국기문란' 행위 7월 10일 : 청와대 해킹 의혹 7월 12일 : 봉하마을 페이퍼 컴퍼니 이용해 서버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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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정리된 사안만 보더라도 그동안 청와대와 정치권의 주장을 보면 충분히 조사를 진행하지 않고 시일을 달리 하며 파상 공격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 내용적으로 살펴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 측에서 봉하마을로 사본을 가져간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 사실과 다르다. 특히 대통령전자기록관리의 기본 체제를 고려하지 않은 해석은 대부분 잘못 되었다.
예를 들면 하드디스크 빼서 가져갔다는 부분은 현재까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파악되고 있고 봉하마을에서 청와대에 접속해서 유출했다는 사실은 더더욱 사실이 아니다.
또한 기록을 청와대에 남기지 않고 봉하마을에 가져갔다는 주장은 사실이지만 대통령기록물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청와대 측에서 오인해서 주장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통령기록물법에는 대통령기록은 청와대에 이관하도록 되어 있지 않고 국가기록원에 이관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정리된 것으로 보아 청와대와 여당은 이 문제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쟁점 3] 봉하마을에 e-지원 시스템 구축한 것은 불법인가청와대 측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 측에서 페이퍼 컴퍼니를 이용해서 봉하마을에 e-지원 시스템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또한 "e-지원 시스템은 국가의 예산으로 개발된 만큼 봉하마을에 설치되는 것만으로도 불법"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 e-지원 시스템은 무엇인가?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과 대통령비서실 직원들은 e-지원 시스템이라는 이름의 정보시스템으로 업무처리를 했다. e-지원시스템은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고안해서 임기 중 업그레이드를 거듭해왔는데, 업무일지관리, 메모관리, 일정관리, 지시사항관리, 회의록관리 등을 포함해서, 정보관리-의제관리-문서관리-과제관리-지식관리가 연계될 수 있도록 하는 소프트웨어의 일종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e-지원시스템으로 특허를 받기도 했다.
따라서 대통령기록 사본을 복사해 간 이상 이를 보기 위한 e-지원시스템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e-지원시스템은 봉하마을 내부 열람용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를 통해 현 청와대의 전자기록, 혹은 다른 행정기관의 전자기록에 접근할 수 없다. 따라서 e-지원 시스템을 봉하마을에 구축한 것 자체를 불법이라 규정할 수 없다.
다만 재임 말기에 국가 예산을 동원하여 이를 개발했다면 예산 사용처와 관련하여 문제가 될 수는 있는 소지가 있다. 하지만 사비를 사용했다면 이는 퇴임 후를 사적으로 준비한 것이므로 불법성 여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쟁점④] 봉하마을로 사본을 가져간 것은 열람권으로 봐야 할까? 대통령기록물법에는 "대통령기록관의 장은 전직 대통령이 재임 시 생산한 대통령기록물에 대하여 열람하려는 경우에는 열람에 필요한 편의를 제공하는 등 이에 적극 협조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전용장소(대통령기록관 및 기타장소의 전용 열람장소), 전용시설(물리적 공간 및 전용라인과 전산시스템을 포함한 시설)로 해석해야 한다. 따라서 열람권, 열람편의란 전용라인과 대통령기록관 시스템의 열람 서비스를 통한 편의 제공을 의미한다고 봐야 한다.
결국 봉하마을로 e-지원 기록을 복사해 간 것은 열람권의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열람권을 행사할 수 있는 다른 수단이 없는 상태이므로,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이 어서 전용라인을 통한 열람 서비스를 가능하도록 하여 복사본을 회수하는 쪽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