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한 해운분교장
이창욱
고요했다. 차로 30여 분을 달려도 서너명의 사람들과 버스 한 대를 만났을 뿐이다. 찾아간 마을은 해운(海雲)리, 마을이 바다 위에 뜬 구름같다고 하여 유래된 지명이다. 지난 11일 해운리에 위치한 현경초등학교 해운분교장(전남 무안군 현경면 해운리)을 찾았다.
해운분교장은 전교생 14명과 선생님 3명, 직원 1명이 생활하는 자그마한 학교다. 학생 수는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현재 5·6학년 각 3명에, 4학년은 4명으로 고학년은 비교적 많은 편이다. 그러나 1, 3학년 1명, 2학년 2명으로 저학년으로 갈수록 줄어든다. 1학년 학생 1명이 이 글의 주인공인 '나홀로 입학생' 김효순양이다.
해운분교는 56년 분교로 처음 학교 문을 열었다. 이후 학생 수가 늘어나 63년에 '국민학교'로 승격되어 30여 년을 운영하다가 96년 분교장으로 격하되었다. 80년대에 전교생이 400여 명이 되어 오전, 오후반을 나눠야 했던 학교는 이제 교육청이 매년 주민들에게 통폐합 여부를 조사하는 학교가 되었다. 현재까진 주민들의 통폐합 반대에 부딪혀 12년째 입학생을 맞았다.
노래 잘하는 효순이는 똑순이 효순이는 김효정·김인애 이 두 명의 2학년 언니들과 같은 반이다. 해운분교장은 적은 학생수 탓에 1·2학년과 3·4학년, 5·6학년을 각각 통합하여 복식수업으로 통합반을 운영한다.
효순이는 쾌활한 성격에 목소리도 크고 씩씩해서 '똑순이'로 불린다. 누구를 만나도 활발하게 인사도 잘하고 말도 또랑또랑 잘한다. 1·2학년 통합반 담임인 김인자 선생님(60)은 "그늘이 없고 밝은 성격에 자그마한 체구를 지녀 참 예쁘다"고 애정을 드러낸다. 효순이에 대해 "얼굴이 작으니 커서 탤런트 했으면 딱 좋겠다"는 기대도 품고 있다.
지금은 흐뭇하게 쳐다보지만 효순이가 갓 입학했을 때는 걱정이 앞섰다. 효순이가 문장 구사력이 떨어지고 주의가 산만했기 때문이다. 또래에 비해서도 유난히 유아 같은 면을 보였다고 한다. '저것이 공부를 할까' 덜컥 걱정까지 했으나 배우는 속도가 빨라 지금은 한시름 놓았다.
선생님이 노래를 시키자 효순이와 언니들은 얼른 일어나 노래를 부른다. 쑥스러워하지도 않고 씩씩하다. 이제 겨우 1학기를 다닌 효순이지만 교육 효과가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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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학년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제목은 '그림 그리고 싶은날' ⓒ 이창욱
인사할 때도 김 선생님이 가르쳐준 생활영어 "헬로우"를 외치며 허리를 90도로 정중하게 숙이고, 수업 중엔 바른 자세를 유지한다. 또 대화를 나눌 때면 꼭 상대의 눈을 응시하는 습관도 생겼다.
교직을 20여 년간 쉬었다가 복직한 지 7년째라는 김 선생님의 애정어린 교육이 낳은 결과다. 정년까지 남은 3년이라는 기간이 참 소중하다는 김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뭐든지 하고 싶다"며 각오를 다진다.
효순이는 삼남매다. 집에서는 오빠 김용수(3학년)군과 인근 어린이집을 다니는 동생 김영순(6)양이 친구가 된다. 오빠 용수도 3학년 '나홀로 재학생'이다.
2학년 김효정양의 학부모 김승현(39·학교운영위원)씨는 "나도 그렇지만 대부분 학생들이 부모와 2대째 해운분교 동문이다"라며 "타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 정착하여 사는 경우는 드물다"고 지역 사정을 전했다. 마을에 유입되는 사람은 드물고 유출되는 사람은 꾸준해서 학생들이 많이 줄었다는 것이다.
한자·워드·골프까지 다양한 교육 환경 제공 노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