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믿으라고만 하는 신학은 신학이 아니다

[주장] 한기총의 SBS '신의 길, 인간의 길' 방영 중지 요청을 접하고

등록 2008.07.13 19:26수정 2008.07.13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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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기독교 신학은 배타성과 절대성 때문에 자주 타종교와 대립했다. 타종교와 대화하는 기독교 신학자와 목사들도 있지만 아직 한국의 대부분 목사와 신학자들은 기독교 근본주의 신학을 배우고, 교회에서 가르친다. 하지만 대한민국 헌법은 종교의 자유를 인정한다. 시민들 역시 다원주의 사회에서 특정 종교를 강요하거나, 타종교를 정죄하는 신학와 신앙 행위를 인정하지 않는다.

 

아직 종교간 충돌은 일어나지 않고 있지만, 언론과 학자들은 성경과 기독교 신학이 믿고 있는 절대성과 배타성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댄 브라운의 소설 <다빈치코드>와 도올 김용옥의 신학논쟁 등으로 종교다원주의와 보편성을 주장하는 이들과 기독교 보수신학이 충돌한 것이다.

 

이번에는 SBS <SBS 스페셜> '신의 길 인간의 길'이 보수 기독교와 충돌했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6월29일 첫 방송에서부터 '예수는 신의 아들인가?'란 제목으로 '예수가 실제로 존재했던 인물인가, 아니면 신화 속의 허구적 인물인가' 등을 다뤄 논란이 일었었다.

 

사실 '예수님을 신의 아들인가? 사람의 아들인가?' 어제 오늘 논쟁이 아니다. 원시 기독교부터 2000년 이상을 논쟁했다. 사도바울도 처음에는 예수 믿는 자를 핍박했던 사람이다. 아마 기독교인들 신앙 중 하나인 예수 재림 때까지 이 논쟁을 끊이지 않을 것이다.

 

지난 6일 방영된 2부 '무함마드, 예수를 만나다'에서 기독교와 이슬람이 같은 뿌리에서 나왔다는 방영 내용에 보수 기독교는 큰 충격을 받았고, 더 강도 높에 프로그램을 비난했다.

 

결국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프로그램 방영을 중지를 요청했다. 한기총은 "종교의 영역은 사회 다른 영역보다 특수한 면이 있어서 인간의 이성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는 영적인 영역이 존재한다"며 "귀사의 방송 계획은 종교자유의 본질에 대해 침해하고 있어서 어떠한 경우에도 방영되어서는 안 된다"고 방영 중지 요청 이유를 들었다.

 

한기총 입장 표명 중 '종교의 영역은 사회 다른 영역보다 특수한 면이 있어서 인간의 이성만으로는 판단 할 수 없는 영적인 영역이 존재한다'는 말은 타당성이 있다. 특히 보수 기독교 신앙의 창조론과 동정녀탄생, 십자가 구원, 부활, 승천, 재림 등은 절대성이기 때문에 인간 이성의 사유로는 이해할 수 없다. 어떤 학자들은 기독교 신앙은 설득이 아니라 선포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성을 통하여 모든 사물을 보고, 판단하는 일은 인간이 가진 진리 탐구의 기본권이다. 언론과 학자들이 기독교 신학의 절대성과 배타성에 이성적으로 접근하는 걸 배격할 필요는 없다.

 

기독교 신자가 절대성을 믿듯이 그들은 이성적으로 비판할 수밖에 없다. 이성과 사유 능력을 가지고 기독교 진리에 대해 비판한다고 해서 기독교 진리 절대성이 훼손되는 것은 아니다. 언론과 학자, 이성을 지난 모든 사람은 모든 종교, 사상, 이념, 정치체제를 비판할 수 있고, 아니 해야 한다.

 

비판 없는 사회는 죽은 사회다. 기독교 절대성 역시 언제든지 비판받을 각오을 해야 한다. 비판없이 신학은 진보할 수 없다. 믿음을 감정과 뜨거움 영역으로만 제한시켜 이성 없는 기독교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무조건 믿으라고만 하는 신학은 신학이 아니다.

 

강요된, 이성 없는 믿음 때문에 사회와 정치, 이웃을 보는 눈 마저 왜곡시키지 않았는가? SBS의 다큐멘터리 '신의 길, 인간의 길'이 정말 기독교 진리를 왜곡했다면, 기독교 장로가 대통령이 되어 창조질서를 파괴한 미친소를 수입하고, 가난한 자와 소외된 이들을 외면하는 정책을 펴고, 반평화적인 남북관계를 만들어가는 일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그냥 언론이 하는 일을 내버려둬야 한다. 언론이 해야할 본분이다. 교회가 할 일은 정의와 공의가 실현되도록 힘쓰는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정의와 공의, 평화를 위한 정책을 펴도록 촉구할 일이 교회가 할 일이 아닌가?

2008.07.13 19:26ⓒ 2008 OhmyNews
#한국 기독교 #SBS 스페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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