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히어로> 시청자게시판 7월 12일 방송 이후 김구라 의견에 대한 찬반론이 팽팽했다
MBC
(나의 견해이지만) 김구라의 발언은 망언이다. 이것은 그의 발언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는 아니다. 물론 그의 지나친 남성중심성 자체에 이미 흥분한 시청자들도 있겠지만 그것은 그의 발언에 대한 시청자의 감성적인 반응이다. 김구라의 발언은 또 다른 곳에서는 독설로 평가받을수도 있다. 일종의 '의견차이'일수 있다.
하지만 의견차이는 반응하는 시청자들의 문제이다. 분명히 짚어야 할 것은 김구라가 자신의 논리를 주장하기 위한 과정, 정확히 말해 독설가로의 입지를 지속시키고자 발버둥치는 모습이다. 이것은 분명 '망언'을 탄생하게 하는 메커니즘의 답습이다. 그만큼 최근 그의 모습은 독설을 논리적으로 정당화하려는 무리수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의 위기를 '특정한 사례'를 등장시켜 무마하고자 하는 것이다. 즉 그 사례들의 '구조적인 맥락'을 꼭 보자는 식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가 제시하는 사례들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지엽적인 사례다. 단지 그러한 개인들과 그러한 공간에서 환영받을수도 있는 그런 사례들 말이다.
일단 4만원 뷔페 사례를 보자. "공부를 열심히 하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 그의 경험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을 보편적인 법칙으로 강조하면 많은 문제점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이 사회의 구조는 돈을 벌 수 있는 방안으로서 "학력"을 한개의 범주로서 다루고 있을 뿐이다. 물론 공부를 잘하면 돈을 많이 벌 '확률'은 높다. 하지만 구조의 문제는 확률의 다툼이 아니다.
경제학 개론서에 '자본이 소유하기 위해서는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법칙이 있는가?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다. 즉 동현이게는 충분히 그런 소리를 할 수 있지만 그것이 결코 합리적인 경제관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학력은 여러 변수들의 충돌을 최소화하는 또 다른 변수일 수 있지만 그것이 법칙의 단일변수임은 분명 아니다. 즉 김구라의 경제관은 우리의 현실에서 지극히 당연한 아버지로서의 바람일수 있겠지만 그 바람이 '학력과 경제'의 상관관계를 너무나 당연하게 어필해도 되는 변수는 아닌 것이다. 이렇게 모순적인 어필이 바로 망언이다.
특히 "PD가 연고생 출신이 태반이라는 것"이 어떻게 자본과 학력의 합리성을 반증하는가? 이런 것인가? <PD = 괜찮은 연봉 = 연고대 졸업자 많음 = 연고대를 가야지 좋은 연봉을 받는다 = 돈 벌려면 공부 열심히 해라 >.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망언이다.
왜냐하면 이것은 한국의 이상야릇한 현실이지 구조적으로 바람직한 구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학력과 경제구조를 완전히 부정함은 아니다. 다만 학력이란 변수가 다른 변수들을 아무 근거없이 제압한다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더 이상 '아버지'라는 감성에 호소하지 않기를...7월 12일 <명랑히어로>에서 김구라 발언은 상당부분 신해철에 의해서 지적되었고 게시판에서도 성토의 글이 꽤 있다. 물론 마초적 발언에 대한 반응들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는것처럼 이 발언 자체를 망언이라 규정하긴 어렵다.
왜냐하면 한국사회에서는 '아버지'라는 허울아래 노동자의 숙명을 받아들이는 것이 일종의 대세론이기도 하다. 이 말은 그 만큼 남자들이 현실적인 피해자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몇십년을 고생하신 이 땅의 아버지에게 김구라의 발언은 충분히 감정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러한 '한국의 아버지'라는 정서적 공명이 독설을 증명하는 도구로서 사용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예를 들어 신해철이 "일단 같은 시각으로 여성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극히 논리적인 반론에 대한 김구라의 "아니~ 그래도 이 땅의 가장은 힘들다니까요~"라는 반응은 문제이다.
왜냐하면 힘든 사람들 리스트에 '아버지'가 사회적으로 충분히 등재되어야 하겠지만 이것이 랭킹까지는 결정할 순 없다. 아버지에게 접근하는 시각을 그대로 여성이라는 범주에 옮기기만 하여도 한국사회에서 여성이 겪는 문제는 속속 보여짐을 명시해야 할 것이다.
특히 "방송작가들 대부분이 여자"라는 발언은 여자의 차별이 심각한것이 아님을 반증하고자 하는 김구라의 사례제시였다. 김구라의 상황인식이 얼마나 단편적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발언이다. 물론 방송계라는 작은 공간만을 볼 때, 또한 김구라가 개인적으로 남자작가를 추천하려다가 안 되었을 그 경우에만 볼때는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아주 대단함을 이해할 수 있다. 또 그러한 관련자들에게는 '속 시원한' 독설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자신의 독설을 증명하고자 하니까 이것이 망언이 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미 방송작가에 여성이 집중되는 것 자체가 '방송작가'의 구조적 특징이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들은 PD보다 연봉이 적을 것이다. 아마도 그들은 PD처럼 MBC에 직접적으로 채용되어 있지 않는 프리랜서가 많을 것이다. 아마도 그들은 평균근속년수가 터무니없이 짧을 것이다. 이런 구조이기 때문에 사회적 약자인 여성이 몰리는 직종일수도 있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이제 더 이상 과거의 기준으로 작가를 대해서는 안된다, 충분한 대우가 부족하다는 논의를 필연적으로 동반해야 한다.
결국 겸손만이 독설을 유지시켜 줄 것이다.김구라의 독설은 매우 유쾌할때가 많다. 특정 연예인에 대한 비난이어도 그것을 시원스럽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다. 논리적인것을 떠나 감성을 긁어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설은 지극히 감성에 의존한 것, 즉 감성의 반론에 대해서 한없이 겸손할줄 알아야 한다. 감성으로 출발한 독설이 논리를 증명하기 위해 지난친 개인의 사례를 들먹일때 그것은 망언이 된다. 독설가일수록 겸손하길 바란다. 그게 가장 멋진 독설가다.
덧붙이는 글 | 개인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http://blog.daum.net/och78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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