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 모두 제각각이다
.. 마도요, 넓적부리도요, 깝작도요, 삑삑도요, 청다리도요, 민물도요, 모두 주둥이와 다리 길이, 생김새가 제각각이다 .. <이것은 사라질 생명의 목록이 아니다>(박병상,알마,2007) 52쪽
‘제각각’은 ‘제’ + ‘各各’입니다. “저마다 각각”이라는 소리입니다. ‘각각’은 ‘저마다’를 뜻하는 한자말입니다. 그러니, ‘제각각’이라는 낱말은 처음부터 겹말이에요.
┌ 제각각(-各各) : 사람이나 물건이 모두 각각
│ - 성격이 제각각인 사람들
│
├ 모두 생김새가 제각각이다
│→ 모두 생김새가 다르다
│→ 모두 다른 생김새이다
└ …
‘제각각’을 끝에 넣고 ‘모두’라는 말을 앞에 넣은 보기글입니다. ‘모두 제각각’이라 했으니, “모두 모두 모두”나 “모두 저마다 저마다”라는 뜻입니다. 입으로 이런 말을 했다면 참 어색하겠지요. 아니, 입으로는 이런 말을 할 까닭이 없겠지요.
┌ 성격이 제각각인 사람들
└→ 성격이 다 다른 사람들
마도요는 깝작도요와 생김이 다를 테며, 삑삑도요는 민물도요와 다리 길이가 다르겠지요. 넓적부리도요와 청다리도요는 주둥이가 다를 테고요. 이 자리에서는 그 어느 말보다 ‘다르다’라는 말이 있어야 합니다.
ㄴ. 저도 모르게 그만 반사적으로
..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그만 반사적으로 .. <4번 타자 왕종훈 (1)>(산바치 카와/편집부 옮김, 서울문화사,1993) 109쪽
어쩌면, 우리가 얄궂게 쓰고 마는 겹말들은 ‘저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말, ‘그만’ 내뱉고 마는 말은 아닐까요.
┌ 저도 모르게 그만 반사적으로
│
│→ 저도 모르게
│→ 그만
│→ 저도 모르게 움직여서
│→ 그만 갑자기
└ …
“저도 모르게”를 뜻하는 ‘그만’입니다. ‘반사적’은, 뜻하지 않았으나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움직이는 일을 가리킵니다. 그러니, 이 보기글에서는 ‘저도 모르게 + 저도 모르게 + 저도 모르게’ 꼴로 쓰인 셈. 생각해 보면 ‘저도 모르게’ 어떤 일을 했다는 뜻을 힘주어 말하려고, 말을 버벅대다가 줄줄줄 나왔다고 볼 수 있어요. 저도 모르게 ‘저도 모르게’를 세 차례 말했을 수 있겠지요. 아무 생각 없이 겹말을 줄줄 읊을 수도 있고.
ㄷ. 다시 재수정하다
.. 파리와 서울을 왕복하며 작업을 했건만 나중에 파리에서 다시 전면 재수정해야 했다고 한다 .. <평양>(기 들릴/이승재 옮김, 문학세계사,2004) 15쪽
‘왕복(往復)하며’는 ‘오가며’나 ‘왔다갔다하며’로 손볼 수 있습니다. ‘작업(作業)’은 ‘일’로 고치고요. ‘전면(全面)’은 ‘모두’로 다듬습니다.
┌ 재수정 : x
│
├ 다시 전면 재수정해야 했다
│→ 다시 뜯어고쳐야 했다
│→ 모두 다시 고쳐야 했다
│→ 모두 확 고쳐야 했다
│→ 모두 남김없이 고쳐야 했다
│→ 모두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해야 했다
└ …
퍽 자주 쓰는 말인 ‘재수정’인데 국어사전에는 없네요. 생각해 보면, 퍽 자주 쓰는 말이라고 해도 걸러내어야 한결 낫다고 할 만한 낱말이라면 국어사전에 안 실어야 좋습니다. 우리들도 씀씀이를 줄여서 털어낼 수 있으면 더욱 좋습니다.
‘다시 재(再)’라는 한자를 붙여 ‘재수정’으로 쓸 수도 있을 터이나, ‘다시’라는 토박이말을 붙여서 ‘다시 수정’으로 쓰거나, ‘수정(修正)’까지 다듬어 ‘다시 고침’으로 쓰면 돼요. 그러고 보니, 우리가 쓰는 인터넷 화면창에 뜨는 말은 ‘다시 고침’ 또는 ‘새로 고침’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http://cafe.naver.com/ingol (인천 골목길 사진)
2008.07.13 14:45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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