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더위! 우리들만의 망둥이 잡이로 날려버리다

등록 2008.07.13 14:03수정 2008.07.13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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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도 지쳤다 폭염 속에서 개도 지쳐 꼼짝을 하지 않는다 ⓒ 김형만

▲ 개도 지쳤다 폭염 속에서 개도 지쳐 꼼짝을 하지 않는다 ⓒ 김형만

 
잠시 걷는 것조차도 귀찮은 날씨이다. 그래서인지 모든 것이 멈춰 버린 듯 한 오후다.  
30℃를 웃도는 뜨거운 열기는 오후로 접어들면서 절정을 내 달리고 있고, 숨이 막힐 정도다. 습도 또한 90%를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공기를 끈적끈적하게 해 불쾌지수만 높아져 사소한 일에도 짜증이 섞인다. 며칠 동안 이어진 폭염속 무더위는 사람들을 지치게 하고,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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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열한 태양 하늘엔 구름 한 점 없다 ⓒ 김형만

▲ 작열한 태양 하늘엔 구름 한 점 없다 ⓒ 김형만

 
무더위가 이어지면 아침마다 안개가 자국하게 낀다. 안개가 걷히기 시작하면서 습한 공기와 함께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된다. 하늘에 떠있는 태양의 햇빛을 가려줄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 새들도 하늘을 날지 않고, 바다의 갈매기도 갯바위에 앉아 쉬고 있다. 그저 시간 맞추어 공항에 도착해야할 비행기만 푸른 하늘을 날고 있다. 그저 바다 멀리 떠있는 구름 덮인 지역이 부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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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의과실 뜨거운 태양 빛을 받으며 풍성한 결실을 맺어가는 과실들 ⓒ 김형만

▲ 텃밭의과실 뜨거운 태양 빛을 받으며 풍성한 결실을 맺어가는 과실들 ⓒ 김형만



폭염 속에 지친 사람들은 무기력해지고 있지만, 마을 작은 텃밭에서는 작열한 태양빛을 받으며 풍성한 결실을 맺어가는 과실들이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 초봄부터 땀 흘려 애써 가꾼 과실이 풍성한 결실을 맺기만 기다려온 텃밭 주인의 검게 그을린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찜통속같은 더위 때문에 맥 못 추고 있을 때 후배에게 전화가 왔다.
 
“형! 더운데 망둥이 낚시나 합시다.”
“망둥이 낚시? 아직 작잖아!”
“망둥이가 손바닥만 해 지금 잡아먹어야 맛있어.. 일단 나와 봐요”
 
전화를 끊고 후배들이 있는 곳으로 나갔다.
“형! 우리 낚시 보다는 오랜만에 들망 만들어 망둥이 잡아 봅시다!”
“들망? 그거 만들려면 시간 좀 걸리잖아! ”
“아~이 대충 만들면 30분 정도면 만들 수 있어요! 만들어서 더위나 식히자고요..”
“만일을 위해서 대나무 낚시도 같이 하지요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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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망 어린 시절 망둥이 잡던 들망! 급조해서 그런지 좀 허접해 보이지만 그런대로 망둥이는 잡을 수 있다. ⓒ 김형만

▲ 들망 어린 시절 망둥이 잡던 들망! 급조해서 그런지 좀 허접해 보이지만 그런대로 망둥이는 잡을 수 있다. ⓒ 김형만


[사각의 그물에 대나무 2쪽으로 고정을 시키고, 바지락껍데기를 올려놓고 물속에 넣어 두면 망둥이가 바지락껍데기에 붙어 있는 바지락 살을 뜯어먹기 위해서 들망 안으로 들어오면 들망을 걷어 올리면 망둥이가 도망가지 못하고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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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망 들망으로 망둥이 잡는 모습 ⓒ 김형만

▲ 들망 들망으로 망둥이 잡는 모습 ⓒ 김형만


망둥이는 수심이 얕은 갯벌이 있는 쪽으로 물들에 올라오기 때문에 들망을 사용하면 옷을 버리지 않고 쉽게 잡을 수 있다. 특히 갯지렁이 등 미끼를 갈아 끼우는 번거로움이 없기 때문에 누구나 할 수 있다.
 
[우리 꼬맹이시절 바지락을 채취 해다가 바지락을 까서 소금에 절여 만드는 바지락젓을 생산했기에 해변에는 바지락껍데기가 많았다. 들물이되면 해변에 널린 조개껍데기 살을 먹기 위해 올라오는 망둥이들을 들망을 이용해서 잡았다]
 
요즘은 바지락젓을 생산을 하지 않기 때문에 해변에 버리는 바지락껍데기가 없어 해변을 돌아다니며 어렵사리 바지락껍데기를 구해 들망 질을 시작할 수 있었다.
망둥이와 숨 막히는 일전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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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둥이낚시 들망을 물속에 담그고, 틈틈이 망둥이 낚시를 한다 ⓒ 김형만

▲ 망둥이낚시 들망을 물속에 담그고, 틈틈이 망둥이 낚시를 한다 ⓒ 김형만


“형! 망둥이 들어을까? 들망 한 번 들어보자!”
“와~ 망둥이 두 마리 잡았다!”
들망을 들은 후배가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물 밖으로 뛰어 나온다. 모두 신이나 달려가서 들망에 든 망둥이를 보았다. 한 20년 만에 해보는 들망질 그리고 망둥이 우리는 어린 시절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다.
 
“형! 오늘은 망둥이 매운탕에 소주한 잔 하는 거야!”
“당연하지.. 푸짐하게 먹으려면 많이 잡아야 해!”
“요즘 망둥이는 연해서 맛이 좋아 회로 먹어도 된다. 넉넉하면 회도 한 번 먹어보자고 ”
“오늘저녁 망둥이로 포식 한 번 하자고....하하하”
 
대나무 낚싯대로 하는 망둥이 낚시도 재미가 있었다. 입질은 약해도 미끼를 물고 도망갈 때 채 올리는 손맛은 일품이다. 한 번에 두 마리 올라오는 “쌍걸이”가 나오면 부러운 눈길을 한 몸에 받는다.
 
“넌 오늘 실적이 저조하니 조금만 먹어야겠다”는 가벼운 농을 던지면서 보냈던 시간들은 더위를 잊기에 충분했다. 적어도 그 시간만큼은 더위가 우리를 비켜가고 있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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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노을 선재도의 저녁노을 정말로 아름답습니다 ⓒ 김형만

▲ 저녁노을 선재도의 저녁노을 정말로 아름답습니다 ⓒ 김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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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함께 동네 꼬맹이들도 함께했다 ⓒ 김형만

▲ 모두가 함께 동네 꼬맹이들도 함께했다 ⓒ 김형만

 

더위를 잊어버리고 어릴 적 모습을 회상하며 들망 질과 망둥이낚시를 하다 보니 저녁노을이 아름답게 하늘을 덮고 있다. 어디선가 나타났는지 동네 꼬마들도 신기한 듯 들망을 걷어 올릴 때마다 달려와 관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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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싱한 망둥이 좀 작아서 그렇지 한 50마리는 족히 된다 ⓒ 김형만

▲ 싱싱한 망둥이 좀 작아서 그렇지 한 50마리는 족히 된다 ⓒ 김형만


 
저녁노을이 보여주는 한 폭의 그림을 감상하며, 마을 꼬맹이들과 함께하는 망둥이 잡기는 우리들의 소중한 옛 추억을 되돌아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어느덧 하루를 밝혔던 태양은 지고 거리의 가로등만이 외로이 밤거리를 비추고 있는 시간에 우리는 잡은 망둥이를 손질해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바람 골에 모여 앉아 얼큰한 매운탕을 끓여 먹으면서 소주 한 잔을 곁들이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었고, 옛 이야기를 나누며 여름밤의 무더위를 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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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낀마을 저녁이 되면서 마을에는 짙은 안개가 깔리고 있다 ⓒ 김형만

▲ 안개낀마을 저녁이 되면서 마을에는 짙은 안개가 깔리고 있다 ⓒ 김형만


 
늦은 저녁이 되자 마을이 온통 안개로 덮여버렸다. 이 안개는 다음날 오전까지 깔려있을 것이고, 안개가 걷히면 또 다시 찜통더위는 시작될 것이다.
 
올 해는 무더위가 심하다고 한다. 이제 여름의 시작인데 앞으로 남은 무더위가 걱정이 된다. 그래도 필자는 도심의 도로위에 검게 깔린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지열과 사방이 꽉 막힌 도심의 삭막한 빌딩숲 속에서 무더위와 싸우지 않아도 되기에, 삶의 환경에 있어서는 감사한 마음을 가진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이 잠시나마 필자의 입장이 되어 꼬맹이 적 시절로 돌아가서 여름날 즐거웠던 추억을 회상하며 더위를 이기기를 바라며 필자가 살아가는 섬마을의 시원한 여름나기 소식을 전해봤다. 또한 오마이뉴스를 사랑하는 모든 애독자들이 건강하고 시원한 여름 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한다.
 
 
#지킴이 #여름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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