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부부의 대화
김대갑
600년 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낙안읍성에는 현재 230여 채의 초가집이 전통 방식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타 지역의 민속촌인 경우에는 사람들이 출퇴근하면서 형식적으로 살고 있지만 이 낙안읍성에는 정식으로 주소를 가진 주민들이 살고 있다. 그래서 더욱 정감이 가고 눈길이 가는 곳이 바로 낙안읍성이다.
낙안읍성에는 관아를 제외한 모든 건물이 초가집으로 구성되어 있다. 큰 길을 따라 걷다가 슬쩍 옆 골목으로 빠지면 초가로 만든 식당이 나타나고, 사진관과 구멍가게들이 잇따라 나타난다. 또한 요리조리 지나다가 어느덧 대장금 촬영장소를 만나는 행운(?)을 얻기도 한다.
이엉으로 엮은 초가집 지붕에선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능소화가 아름드리 피어 있고, 늙은 호박들이 담장 위에 슬며시 걸려 있다. 초가지붕과 골목길 사이로 흐르는 옥색 구름은 흰 솜털을 풀풀 날리고, 연못가에는 창포 빛 연꽃들이 고고한 자태를 뽐낸다. 그 고고한 자태에 취해 길을 걷다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청아한 판소리에 귀가 솔깃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