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홍한번 피면 백일을 간다하여 붙여진 이름을 가진 백일홍도 어머님의 꽃밭에 피어났다.
김민수
일에 치이고, 시국이 어수선하여 평정심을 잃어버린 데다가 일 년 사시사철 중에서 꽃에 대한 그리움이 가장 덜한 여름, 가을꽃이 피어나기 전까지는 겨울을 빼고는 가장 꽃이 적은 계절을 살다 보니 꽃을 담는 일이 심드렁해졌다.
시골에 살면서 들꽃을 담는 것은 일상이라해도 좋았지만, 도시에서 살면서 야생화를 담는다는 것은 일상과는 거리가 있다. 문득, 사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화원에서 이런저런 원예종을 사오시는 어머니가 사치한다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야생화를 담으려고 외곽으로 나가기 위해 차를 몰고 나가는 내가 오히려 더 큰 사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어머니는 씨앗을 받아두었다가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니 철저하게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자연의 흙과 바람과 햇살로 꽃을 피우는 것이니 차라리 더 소박한 것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