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12월 20일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통합) 이광선(앞줄 왼쪽 네번째) 총회장 등 개신교 목회자들이 서울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 사립학교법 재개정을 위한 삭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신교 목사 9000명이 서명한 '촛불집회 중단호소문'이 7월 10일 오후 2시에 발표했다. 이를 주도한 것은 '기독교사회책임'이라는 단체다. 단체 대표는 서경석 목사. 서 목사는 광화문 한복판에서 재중동포 교인들을 데리고 촛불집회 반대 시위를 이끌었던 인물이다.
개신교계는 불과 1주일 전에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촛불 시국기도회를 주최했다. 비록 진보 진영에서 주도했다고는 하지만 목사 1000여 명이 참여한 당시 시국기도회는 개신교계가 촛불집회를 공식적으로 지지하고 나선 행사였다.
그런데 목사 9000명이 돌연 '촛불을 꺼야 한다'고 나선 것은 도대체 무슨 연유일까. 우선 서경석 목사 개인이나 '기독교사회책임'의 능력과 영향력만 가지고 불과 1주일 사이에 목사 9000명의 서명을 받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통령 배출한 '예장통합', 대통령 지키기 나서그러나 '기독교사회책임'이 미리 공개한 호소문에 참여한 주요 인사들의 명단을 살펴보면 의문이 풀린다.
맨 앞의 이름은 한국대학생선교회(CCC) 총재 김준곤 목사가 차지하고 있다. 김 목사는 나이도 많지만 평생 반공과 보수 노선을 걸어왔다는 면에서 이번 호소문의 맨 앞에 등장하기에 손색없는 인물이다.
김 목사 뒤를 이은 인물은 이광선 목사(신일교회). 김준곤 목사에 비해 일반 시민이나 평신도에게는 낯선 인물이다. 그러나 이 목사는 차기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을 노린다고 알려질 정도로 거물급이다. 현재 '한국찬송가공회 이사장'이라는 거창한 직함을 갖고 있고, 지난해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측 총회장을 지냈다.
이번 호소문에서 이광선 목사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는, 그 다음 순서로 조용기 목사와 김선도 목사 등이 올라있는 것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김준곤 목사 다음으로 조용기 목사와 김선도 목사의 이름이 올라야 정상이다.
이광선 목사가 여의도순복음교회와 광림교회라는 초대형교회 원로목사 두 명을 제칠 수 있는 힘은, 그가 이명박 대통령을 배출한 교단인 예장통합 총회장 출신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출석하는 소망교회가 바로 예장통합 소속이다.
예장통합은 교단이 배출한 대통령을 가장 위협하는 촛불을 끄기 위해 이번 호소문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이 목사는 특유의 보스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한 덕분에 일약 호소문 순위 '넘버2'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이 목사는 통합교단 내에서 확실하게 보스 기질을 발휘하는 인물로 꼽힌이다. 그는 2007년 총회장 재임시 사학법 개정을 반대하면서 스스로 삭발을 감행했다. 이 목사가 삭발을 감행하자 당시 교단 산하 주요 교회 목사들까지 줄줄이 삭발을 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이번 호소문에 서명한 예장통합 측 목사 가운데는 당시 이 목사를 따라 기꺼이 머리를 깎았던 의리파들도 포함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