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8일 분당샘물교회에서 진행된 고 배형규 목사 장례식. '천국환송예배'로 진행된 이날 장례식에는 1500여명의 교인들이 모여 울음바다를 이루었다. 사진은 샘물교회 청년회가 설교대에서 배 목사의 애창 복음노래인 '순례자의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다.
안윤학
분당 샘물교회 박은조 담임목사의 집무실 한 쪽 서가에는 흑백 사진 하나가 붙어있다. 액자에도 들어있지 않은 이 사진 속에서 웃고 있는 인물은 1년 전 아프가니스탄에서 끝내 살아서 돌아오지 못한 고 배형규 목사.
박 목사는 테이프로 붙여놓은 이 사진을 떼내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액자에 넣지도 못한 채, 아물지 않은 상처를 그저 간직한 상태로 그렇게 1년을 보냈다.
지난해 7월 20일 목사와 신도 20명(남 7, 여 13)이 아프가니스칸 현지에서 무장세력에게 납치된 사건의 충격은 박 목사에게 아직도 진행형이다. 국민들에게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도 여전하다. 교회 차원에서 정부와 국민을 위해 조금이라도 뜻 있는 일을 위해 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고민하는 중이다.
"국민에게 심려를 끼친 것을 생각하면 송구한 마음뿐입니다. 샘물교회는 사회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 길이 우리의 죄송한 마음을 표현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샘물교회는 이 같은 고민 끝에 교회의 기본적인 봉사와 구호 예산 외에 자체적으로 5억 원에서 10억원 정도의 기금을 마련해 정부나 기독교사회복지협의회를 통해서 사회에 공헌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액자에도 들어 있지 않은 흑백 사진 한장 박 목사에게 아프간 사태가 현재진행형인 또다른 이유는 배 목사와 함께 희생당한 고 심성민씨의 부친 심진표씨가 교회에 대해 여전히 섭섭한 마음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교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교회를 향한 분노와 한이 서려 있다.
"저도 몇 차례 그 분을 만났고 교회에서도 대표를 선정해서 그 분이 있는 고성에 찾아가 보기도 했습니다. 고인의 모친은 신앙을 갖고 교회를 다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부친은 아들을 잃은 것에 대해 교회가 어떻게 해서라도 배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둘도 없는 동역자 배형규 목사와 29살 젊은이 심성민씨의 죽음은 박 목사와 샘물교회에 지워진 아주 무거운 십자가다. 그리고 고 심씨 부친의 분노 역시 교회가 감당해야할 몫이다.
"교회는 최선을 다해 유족들의 상실감을 채워주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심성민씨가 장애인 사역에 헌신했던 것을 기리기 위해 장애인 복지시설인 '심성민 그룹홈'을 8월 초에 개설합니다. 물론 고인의 부모님도 초청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