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종량제' 미 통신사업자-콘텐츠업체 격돌

타임워너 케이블 시범 실시에 네티즌 반발

등록 2008.07.07 14:28수정 2008.07.07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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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통신사업자들이 인터넷 요금도 수도나 전기요금처럼 쓴 만큼 비용을 부담하는 '인터넷 종량제'의 본격 도입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국 2위 케이블사업자인 타임워너 케이블(Time Warner Cable)은 6월부터 인터넷 사용 정도에 따라 가입자들에게 요금을 차등 부과하는 이른바 '인터넷 종량제(Internet Metering)'를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그 운영 결과에 따라 전체 가입자로 확대 적용하기로 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종량제'는 인터넷 서비스 제공 회사가 이용자들에게 인터넷 이용 용량에 따라 요금이 각각 다른 상품을 판매하고, 이용자들이 가입한 용량을 초과해서 인터넷을 사용할 경우 초과 사용에 대한 추과 요금을 부과하는 제도이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 매달 일정 요금만 지불하면 시간이나 용량의 제한 없이 인터넷 서비스를 마음껏 이용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수도, 전기, 휴대전화 사용료처럼 인터넷 서비스도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차등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타임워너 케이블은 지난 6월 5일부터 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소도시 중 하나인 인구 11만의 버몬트(Beaumont)에서 신규 가입자에 한해 월별로 정해진 사용량을 넘어설 경우 1기가바이트(GB)당 1달러를 부과하는 요금제를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한 달 사용량을 기준으로 각각 5GB, 20GB, 40GB 등 용량별로 세 가지 요금제를 나눠 월 30~50달러에 판매중이다. 만일 월별로 정해진 사용량을 초과해 사용하게 되면 1GB당 1달러를 추과 요금을 부과하고 있다.

컴캐스트·AT&T 인터넷 종량제 움직임 동참

그러자 그동안 네티즌들의 눈치만 엿보고 있던 다른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이 '인터넷 종량제' 실시에 적극 동참할 의사를 밝히고 있어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 1위 케이블TV 사업자인 컴캐스트(Comcast)는 미국 버지니아주와 펜실베니아주 등 4개 주에서 인터넷 사용량이 가장 많이 몰리는 시간대에 인터넷 사용량이 많은 이용자들의 인터넷 전송 속도를 늦추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또한 AT&T도 지난 6월 12일 "현재의 추세로 가면 앞으로 3년 안에 AT&T 인터넷 이용량이 지금의 4배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이러한 급속한 증가에 대처하기 위해 인터넷 사용량이 많은 이용자들의 인터넷 이용에 제한을 가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조치"라며 "이용제한의 현실적인 방안으로 '인터넷 종량제'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타임워너 케이블, 컴캐스트, AT&T 등 미국 주요 통신사업자들은 '인터넷 종량제'를 통해 인터넷 사용량이 많은 이용자들의 인터넷 사용에 제한을 두는 것은 다른 일반 이용자들에게 인터넷을 공평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주로 이메일 확인, 뉴스 검색, 정보 검색 등을 하는 일반 네티즌의 경우 인터넷 사용량이 매우 적은 반면, 인터넷으로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시청하거나 영화나 음악콘텐츠를 다운로드하고, 인터넷 게임을 즐기는 등 인터넷을 많이 활용하는 네티즌들이 인터넷 사용량의 대부분을 이용하고 있어 이용자 간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타임워너 케이블에 따르면, 인터넷 서비스 전체 이용자의 95%는 한 달 평균 인터넷 사용량이 40GB를 넘지 않은 반면, 인터넷 서비스 전체 이용자의 5%가 인터넷 네트워크 전체 용량의 50% 이상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이들 인터넷 이용량이 많은 이용자들 대부분은 영화나 음악 파일 등을 불법적으로 유통하고 다운받는데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콘텐츠 제공업체와 서비스 제공업체의 주도권 싸움

이러한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들의 주장에 대해 미국 네티즌과 인터넷을 통해 콘텐츠제공업체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미 수백만 명의 인터넷 이용자들이 영화나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인터넷으로 시청하고 있으며, 인터넷을 통해 게임을 즐기고, 친구나 가족들과 인터넷을 이용한 화상채팅을 하는 등 인터넷의 이용률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터넷 종량제' 실시는 결국 소비자들의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며 거세게 항변했다.

특히 디즈니사, NBC 방송국 등 미국의 거대 미디어 그룹이 그들의 영화나 방송 프로그램들을 지속적으로 자신들의 웹사이트에 올려 시청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원하는 시간대에 편하게 시청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어 앞으로 인터넷 사용량이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는 점도 '인터넷 종량제' 시행을 반대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더 나아가 '인터넷 종량제'는 뉴 미디어의 개발과 방송·통신 융합 등 미디어 시장의 집중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동안 인터넷과 텔레비전, 컴퓨터 등의 융합을 바탕으로 빠르게 추진되어 왔던 새로운 미디어 시장의 발전이 '인터넷 종량제'로 인해 일반 이용자들의 인터넷 사용량이 감소될 경우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대부분의 콘텐츠 생산자와 공급자들이 자신들의 프로그램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매체로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는 빈도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데다, UCC(User Created Contents)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유튜브(YouTube)를 비롯해 온라인 콘텐츠 제공업체가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앞으로 인터넷 사용량의 급속한 증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인터넷 이용 환경의 변화에 따라 지금까지 인터넷 이용률이 적었던 이용자들도 앞으로 얼마든지 이용률이 늘어날 수 있다. 따라서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들이 주장하는 인터넷 이용을 많이 하는 사람과 적게 하는 사람의 구분은 머지않아 별 의미가 없는 것이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인터넷의 아버지'로 불리는 빈튼 서프(Vint Cerf) 구글 부사장은 "비용에 대한 심각한 불확실성이 제기되면 혁신이나 새로운 적용을 해 보려는 노력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번 타임워너 케이블의 '인터넷 종량제' 시범 시행은 인터넷을 플랫폼으로 사용하는 콘텐츠 제작업체들과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들의 인터넷 시장 주도권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만일 인터넷 이용자들의 반발이 커질 경우 '인터넷 종량제'는 정치적 이슈로 쟁점화될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사안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인터넷 종량제'는 전면 시행이 결코 쉽지만은 않아 보이지만 미 통신업계가 모든 이용자의 공평한 인터넷 접속을 강조하며 '인터넷 종량제' 도입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그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최진봉 기자는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학교 매스커뮤니케이션 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기사는 미디어 미래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최진봉 기자는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학교 매스커뮤니케이션 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기사는 미디어 미래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타임워너 케이블 #인터넷 종량제 #인터넷 이용료 #케이블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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