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식 회개는 국민 뒤통수 치기?"

국민승리선언을 위한 제주지역 촛불문화제

등록 2008.07.06 04:56수정 2008.07.12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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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학생, 시민, 종교인들이 모여 '국민승리선언 범국민촛불대행진'를 개최하여 미국산 쇠고기 장관고시 철회와 전면 재협상을 요구하고 나선 가운데, 제주에서도 오만한 정부를 심판하고 국민의 승리를 선포하기 위한 행사들이 열렸다.

 

이날 오후 5시 30분경 제주시 관덕정 광장 앞 도로에서는 민주노총 제주지역본부와 광우병제주도민대책위가 공동으로 '고시강행 폭력진압 이명박정권 규탄 제주도민대회'를 열었다. 찌는 듯한 더위 속에 진행된 도민대회에는 제주지역 노동자와 시민사회단체 회원 등을 포함하여 시민 200여 명이 참석했다.

 

도민대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장관고시 및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에 대한 공안 탄압과 더불어 제주를 시발점으로 정부가 추진하려하는 영리병원설립, 영리법인학교 유치, 공항민영화 등 공공성 약화 정책을 힘모아 규탄했다. 

 

시민들 이날 촛불문화제에 시민 1000여명이 참여했다. 지난 6월 10일 이후 가장 많은 인원이다.
시민들이날 촛불문화제에 시민 1000여명이 참여했다. 지난 6월 10일 이후 가장 많은 인원이다.장태욱
▲ 시민들 이날 촛불문화제에 시민 1000여명이 참여했다. 지난 6월 10일 이후 가장 많은 인원이다. ⓒ 장태욱

 

도민대회에 이어 저녁 7시 30분부터는 제주시청어울림마당에서 '국민승리선언을 위한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저녁이 되자 관덕정 도민대회에 참여했던 시민들은 물론이고 성직자, 시민, 어린 학생들이 찾아오면서  제주시청어울림마당에는 1000여 명의 인원이 집결했다. 지난 6월 10일 이후 최대 인파였다.

 

이전 촛불문화제와 다른 점은 성직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것이다. 원명선원의 주지인 대효 스님, 천주교 중앙성당 주임 신부인 임문철 신부가 시민 및 신도들 틈에서 촛불문화제를 지켜보고 있었고, 대한성공회 제주교회 방동신 신부가 가족들과 함께 참여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박동신 신부 가족 대한성공회 제주교회 박동신 신부(왼쪽에서 두 번 째)가 가족들과 함께 촛불문화제에 참여했다.
박동신 신부 가족대한성공회 제주교회 박동신 신부(왼쪽에서 두 번 째)가 가족들과 함께 촛불문화제에 참여했다. 장태욱
▲ 박동신 신부 가족 대한성공회 제주교회 박동신 신부(왼쪽에서 두 번 째)가 가족들과 함께 촛불문화제에 참여했다. ⓒ 장태욱

트로이 산토스(Troy Santos, 44)씨 촛불을 들고 있는 미국인이 트로이 산토스씨다. 산토스씨는 한국이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지 말아야한다고 말했다.
트로이 산토스(Troy Santos, 44)씨촛불을 들고 있는 미국인이 트로이 산토스씨다. 산토스씨는 한국이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지 말아야한다고 말했다.장태욱
▲ 트로이 산토스(Troy Santos, 44)씨 촛불을 들고 있는 미국인이 트로이 산토스씨다. 산토스씨는 한국이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지 말아야한다고 말했다. ⓒ 장태욱

 

행사장 앞자리에 승복을 입은 외국인이 눈길을 끌었다. 그 외국인은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이며 이름은 '트로이 산토스(44)'로 현재 제주에서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여기에 사람들이 왜 모였는지 알고 있는지 물었더니, 주변에서 얘기해줘서 대략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한국은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이것이 광우병 단백질에 감염되었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나도 이들의 주장에 동의한다(Korea should not import the US beef. Because it may be mutated by the mad cow protein. I agree with them)."  

 

문화패 '신나라'의 길트기로 시작된 이날 촛불문화제는 어린이들의 공연에 나서면서 시민들을 즐겁게 했다.

 

무술 시범 합기도 화북 유성관 소속 어린이들이 관장의 구호에 맞춰서 격파 시범을 보이고 있다.
무술 시범합기도 화북 유성관 소속 어린이들이 관장의 구호에 맞춰서 격파 시범을 보이고 있다.장태욱
▲ 무술 시범 합기도 화북 유성관 소속 어린이들이 관장의 구호에 맞춰서 격파 시범을 보이고 있다. ⓒ 장태욱

 

가장 먼저 무대에 나선 이들은 합기도 화북유성관 소속 어린이들이다. 합기도 어린이들이 공중돌기 등 어려운 기술을 선보일 때마다 시민들은 박수로 격려했다. 특히 사범이 "이 아무개의 눈탱이를 부셔버려!"라는 구호를 외치자 어린이들은 발차기로 나무를 쪼개는 시범을 보였다. 시민들은 큰 함성으로 어린이들을 격려했다.

 

합기도 어린이들의 시범이 끝나자 '보물섬 육아협동조합' 소속 원아들이 즐거운 동요를 시민들에게 선보였다. 노래를 부르기 전 어린이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 아저씨 반성하세요"라고 말하자 시민들은 함성을 보내기도 했다.

 

어린이들 보물섬 육아협동조합 소속 어린이들이 제주사투리가 가미된 동요를 흥겹게 불렀다.
어린이들보물섬 육아협동조합 소속 어린이들이 제주사투리가 가미된 동요를 흥겹게 불렀다.장태욱
▲ 어린이들 보물섬 육아협동조합 소속 어린이들이 제주사투리가 가미된 동요를 흥겹게 불렀다. ⓒ 장태욱

"혼저 옵서에, 혼저 옵서예, 한라산에 꽃이, 꽃이 피었다요."

 

어린이들이 제주도 사투리를 가미한 동요를 부르자 시민들은 노래에 맞춰 손에 들고 있던 촛불을 흔들었다.

 

점화 저녁 8시 15분경 대형 초 모형에 불이 켜 지면서 시민들이 들고 있던 초에도 불이 점화되었다.
점화저녁 8시 15분경 대형 초 모형에 불이 켜 지면서 시민들이 들고 있던 초에도 불이 점화되었다.장태욱
▲ 점화 저녁 8시 15분경 대형 초 모형에 불이 켜 지면서 시민들이 들고 있던 초에도 불이 점화되었다. ⓒ 장태욱

어린이들의 공연이 끝나자 사회자는 준비한 양초 1000개가 거의 동이 났다고 말하며 "국민의 승리를 선포합니다"라고 선언했다. 순간 어울림마당에 준비한 대형 양초 모형에 불이 점화되는 것을 시작으로 시민들 손에 들고 있던 초에 불이 켜졌다. 저녁 8시 15분경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로 시작하는 민중가요 '헌법 제1조'가 행사장에 울려 퍼지는 가운데 '평화를 위한 제주 종교인 모임'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대효 스님(원명선원 주지)이 마이크를 잡았다.

 

대효스님 원명선원의 주지스님이며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의 대표를 맡고 있다.
대효스님원명선원의 주지스님이며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의 대표를 맡고 있다. 장태욱
▲ 대효스님 원명선원의 주지스님이며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의 대표를 맡고 있다. ⓒ 장태욱

"대한민국 선장을 새로 뽑았는데 대한민국이 위험한 항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선장은 위험한 줄도 모르고 (정신적으로) 깊은 잠에 빠졌어요. 위험하다는 것을 알아차린 어린 학생들이 선장을 깨웠는데도 선장은 눈을 감고 귀를 막은 채 깨어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제 승선한 승객들이 모두 일어나 촛불을 들고 선장을 깨울 차례입니다. 모두들 선장이 깨어날 때가지 흥분하지 말고 냉정하고 차분하게 촛불을 들어야합니다. 지금 끝이 아니에요. 시작입니다."

 

대효스님의 발언이 끝나자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흥겨운 율동을 선보였다.

 

"오늘도 그대 날 자꾸 흔들어, 널 갖고 싶어 세상 틀 안에서 갇힌 나를 버리고~"

 

전교조 교사들이 드라마 <경성스캔들>에서 배경음악으로 연주되었던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자 장내는 잔치 마당이 되었다.

 

전교조 소속 교사들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음악에 맞춰서 흥겹게 율동을 선보였다.
전교조 소속 교사들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음악에 맞춰서 흥겹게 율동을 선보였다.장태욱
▲ 전교조 소속 교사들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음악에 맞춰서 흥겹게 율동을 선보였다. ⓒ 장태욱

천주교 중앙성당 임문철 신부가 마이크를 잡았다. 임 신부는 "이곳에서 촛불의 출렁이는 것을 보니 너무 기쁘다"고 시민들에게 인사한 뒤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일침을 가했다.

 

"대통령이 청와대 뒷산에서 촛불을 보면서 반성했다고 하길래 진짜로 회개한 줄 알고 반가워했는데, 촛불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을 폭력으로 탄압했습니다. 그리고 애초에 반성한다는 의미에서 총리를 비롯해 내각을 대폭 교체할 것처럼 말하더니 오늘 신문에 보니 겨우 장관 두세 명 바꿀까 말까 하는 모양입니다. 이명박 대통령 식 회개는 깊은 반성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뒤통수를 때리기 위한 임기응변식 회개인가 봅니다."

 

임문철 신부의 말이 끝나자 제주의 대표적인 노래패 '청춘'이 민중가요 '격문'과 자작곡 '반대FTA'를 부르며 장내를 뜨겁게 달궜다. 청춘은 촛불문화제를 통해 제주에서 유명 연예인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고 있고 그들의 노래 솜씨는 다른 노래 동호인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이에 뒤질새라 광주에서 제주를 방문한 공연단이 시민들을 위해 흥겨운 노래를 선보였다. 자신들을 '광주 딴따라'라고 소개한 이 공연단은 민요 '진도아리랑'을 개사한 노래를 포함하여 노래 세곡을 흥겹게 불렀다. 이들이 노래를 부르는 동안 시민들은 피켓과 촛불을 흔들며 먼 길 찾아 온 손님들에게 화답했다.

 

시민들 시민들이 노래에 맟춰 촛불과 피켓을 흔들었다.
시민들시민들이 노래에 맟춰 촛불과 피켓을 흔들었다.장태욱
▲ 시민들 시민들이 노래에 맟춰 촛불과 피켓을 흔들었다. ⓒ 장태욱

이 공연을 마지막 순서로 밤 9시 30분경 촛불문화제는 마무리 되었고 촛불문화제에 참여했던 시민들은 시청 앞 도로에 모여 시내로 촛불행진을 펼쳤다.

 

"고시철회, 완전 재협상, 폭력경찰 처벌하라, 어청수는 물러나라, 못 살겠다 다시 뽑자."

 

촛불행진 이날 촛불문화제를 마친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고 행진했다.
촛불행진이날 촛불문화제를 마친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고 행진했다. 장태욱
▲ 촛불행진 이날 촛불문화제를 마친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고 행진했다. ⓒ 장태욱

행진을 시작한 행렬은 구호를 외치며 시청에서 남문로터리를 지나 중앙로까지 진행했다. 중앙로에 이른 시민들을 왔던 길을 되돌아 다시 시청 앞에 이른 후 밤 10시 35분경 해산했다.   

 

한편 이날 어울림마당 입구에는 촛불정국 최고의 유행어를 뽑는 설문 게시판이 설치되어 있었다. 이날 설무조사는 유행어 8가지 중 마음에 드는 유행어 한 가지를 골라 스티커를 부착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유행어 이날 촛불문화제 행사장 입구에는 촛불정국 최고의 유행어를 뽑기위한 게시판이 설치되어 있었다.
유행어이날 촛불문화제 행사장 입구에는 촛불정국 최고의 유행어를 뽑기위한 게시판이 설치되어 있었다.장태욱
▲ 유행어 이날 촛불문화제 행사장 입구에는 촛불정국 최고의 유행어를 뽑기위한 게시판이 설치되어 있었다. ⓒ 장태욱

 

이날 게시된 8가지 유행어들로는 ① 2MB는 각오해라! 우리 이제 방학이다 ② 이명박 너 뭐든지 하지마 ③ 만난 지 100일째 우리 그만 헤어지자 ④ 이름: 명박, 경제: 쪽박, 개념: 뇌박, 퇴진:임박 ⑤ 조·중·동이 신문이면 미친 소는 한우다 ⑥ 물대포가 안전하면 니네 집 비데로 써라 ⑦ 당신은 CEO가 아니라 대통령이오 ⑧ 공약 지킬까봐 두려운 건 니가 첨이다 등이었다.

 

스티커가 붙어 있는 상황을 보니 어느 유행어 할 것 없이 시민들의 사랑을 골고루 받고 있었다.

2008.07.06 04:56ⓒ 2008 OhmyNews
#국민승리 #촛불문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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