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과 용역 직원 70여명이 28일 오전 서울광장에 설치돼 있던 천막과 집기 등을 철거하고 있다.
선대식
'서울광장'은 공원이 아니라 '광장'이다 2002년 당시 이명박 시장은 "시청 앞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겠다"라며 2004년 5월 잔디를 깐 서울광장을 시민들에게 개방했다. 물론 개방이라는 취지가 무색하게 '서울광장 사용조례'에 따라 매주 월요일이면 잔디보호를 이유로 출입을 금했다.
착한 시민들이 보기에는 촛불 든 집회도 중요하지만, 한편으로 잔디를 밟아 훼손했다는 지적에 미안한 마음도 있다. 정부와 <조선일보>는 이 점을 노리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촛불을 든 시민들이 착하기만 한가. 똑똑하기도 하다. 서울광장이 말 그대로 '광장'이지 '공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2002년 월드컵을 시청 앞에서 함께한 수십만의 시민들을 보면서, 이후 시민광장의 필요성이 대두했다. 그래서 생긴 것이 '서울광장'이다.
'광장'의 사전 의미는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게 거리에 만들어 놓은, 넓은 빈 터' 또는 '여러 사람이 뜻을 같이하여 만나거나 모일 수 있는 자리'를 말한다.
그런 광장에 잔디를 깐 곳은 아마 대한민국의 서울시뿐일 것이다. 공원에 잔디 까는 나라는 많다. 광장에 잔디 까는 나라는 드물다. 세계 기네스북에 혹시 올라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잔디훼손으로 인한 잔디교체에 드는 비용을 걱정한다는 핑계보다 지금부터라도 광장에 걸맞게 잔디를 제거하고 다시 서울광장을 조성해야 한다.
시민의 휴식처를 만들어 주고 싶으면 매년 들어가는 세금을 지금처럼 허비하지 말고 푸른 잔디가 있는 공원을 하나 만들어 주면 된다. 더이상 잔디 핑계로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도 하지 말아야 한다.
사실 "경제 살리겠다"는 구호 하나로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촛불을 끄기 위해서 또다시 이 구호가 등장했다. 이명박 대통령 뿐만 아니라 영부인마저도 "경제를 살리자"고 나섰다. 그래도 촛불을 든 민심은 심드렁하기만 하다.
오히려 "또 속을 줄 아냐"는 네티즌들과 시민들의 아우성이 드세다. "촛불민심 완전히 이해했다"는 이 대통령의 그간의 처방은 모두 헛방이었다. 경찰의 폭력진압도 그렇고, 검찰의 배후세력 운운하는 엄포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