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세상 속 가짜 사람들 속에서 '진짜'로 살기

[신간] 2008년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마이 짝퉁 라이프>

등록 2008.07.04 09:40수정 2008.07.04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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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짜와 진짜, 빈말과 진실의 경계를 탐구하고 있는 신예 고예나의 소설 <마이 짝퉁 라이프>.
가짜와 진짜, 빈말과 진실의 경계를 탐구하고 있는 신예 고예나의 소설 <마이 짝퉁 라이프>.민음사
가짜와 진짜, 빈말과 진실의 경계를 탐구하고 있는 신예 고예나의 소설 <마이 짝퉁 라이프>. ⓒ 민음사

중견 소설가 이승우(조선대 문예창작과 교수)의 호평이 먼저 눈길을 잡아챈다. 20대 중반 신참 작가에게 보내는 찬사치곤 최상급이다.

 

"재치와 감각으로 소설을 끌고 가면서 마련해 놓은 틀을 벗어나지 않는 균형 감각을 갖췄다. 진실과 거짓이 뒤섞이고, 존재하는 것들보다 더 생생하게 인식되는 가상이 보편화된 세계에서, 실체에 대한 현대인들의 머뭇거림과 내면의 공허를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재치와 균형 감각을 바탕으로 현대인의 내면적 공허를 적절히 그려냈다는 상찬을 받으며 주목받는 신예로 태어난 고예나(24). 고씨가 2008년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하며 독자들과 처음으로 만났다. 수상작은 <마이 짝퉁 라이프>(민음사).

 

제목 속에서 사용된 '짝퉁'은 '가짜' 혹은 '모조품'을 의미하는 속어. 고예나는 세상과 인간 사이에 존재하는 관계와 연결고리를 젊은 작가다운 재기발랄함으로 해석해내고 있다. 고씨의 해석 속에서 세상과 그 세상 속을 사는 인간들은 대부분 '가짜'와 '허위'에 매달리고 있다.

 

주인공인 '나'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오는 가짜 애인, 친구인 B가 집착하는 사랑 없는 성관계의 허위성과 허무감, 또 다른 친구 R이 아등바등 매달리며 집착하는 짝퉁(가짜) 명품들, 거기에 젊은 날의 허위의식과 몽환 속에 여전히 매몰돼 사는 아버지까지.

 

주인공인 이진이(나)는 휴학생으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한다. 별다른 욕망 없이 사는 진이와 달리 친구 B는 풍만한 몸매를 무기 삼아 밤마다 '원나이트' 상대를 찾아다니는 속칭 '날라리'. 그러나, 기실 B의 성적 방종은 첫사랑에게서 받은 충격에서 시작된 슬픈 성격의 것이다.

 

또 다른 친구 R은 여성스런 핑크색 컬러의 원피스를 입고 짝퉁 명품가방에 열광하는 언필칭 '된장녀'. 연애박사인 R은 그 연애로 상처 입지 않는 냉혈한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차가운 태도는 탤런트의 연기와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주인공인 진이와 아주 가끔 만나는 Y는 세상사 모두가 심드렁한 진이를 향해 열정과 에너지를 연애에도 사용해 보라는 제스처를 끊임없이 보이는데….

 

가짜와 진실의 경계는 얼마나 모호한 것인지...

 

<마이 짝퉁 라이프>는 바로 이 가짜 세상 속에서 사는 가짜 사람들이 '진짜'의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을 추적하고 있다. 진지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풀어가는 정공법이 아닌 또래다운 튀는 감수성과 문장을 통해서다. 이 작품이 '오늘의 작가상'을 받은 가장 주요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신선한 접근방식'이다.

 

이에 관해 문학평론가 강유정은 "우리가 그려낸 20대 여성의 이미지가 허구적이다 못해 도착적이었음을 보여주며 동시대의 곤란을 조형하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한다.

 

고예나 역시 책 말미에 실린 '작가의 말'을 통해 아래와 같은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자신이 작품에서 사용한 '가벼움'과 '비틀기'라는 방식을 해명하고 있다. '대체 우리에게 진실이란 어떤 의미인가'라는 물음이다.

 

"누군가가 건넨 빈말에 하루 종일 감동한 적이 있었다. 진실이 거짓말을 하는 세상이라고 생각했다. 내게는 진짜로 위장한 가짜가 소중했다. 진실이란 알면 알수록 아픈 것이었다. 좀 외면하고 싶었다. 사실 진실의 유효기간은 얼마나 짧은가."

 

빈말과 진실의 경계, 가짜와 진짜의 경계가 얼마나 모호한지, 그 안에서 허우적대며 살아가는 우리들이 발 딛고 선 현실이 사실은 허방일지도 모른다는 인식을 문학을 통해 담아내려한 신인 소설가 고예나의 열정이 독자들로부터는 어떤 반응을 얻을지 주목된다.

2008.07.04 09:40ⓒ 2008 OhmyNews

마이 짝퉁 라이프 - 2008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고예나 지음,
민음사, 2008


#고예나 #마이 짝퉁 라이프 #오늘의 작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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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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