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저녁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와 광우병 기독교대책회의 주최로 열린 '국민존중 선언과 평화집회 보장을 위한 기독교 시국기도회'에 참석한 목사들이 촛불을 들고 노래를 부르고 있다.
권우성
목사들의 설교와 복음 낭송이 이어질 때마다 신도들 사이에서는 "아멘"이, 신도가 아닌 이들에게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찬송가로는 '헌법1조'와 '님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졌다.
설교에 나선 임명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회장은 "예수께서는 '이 사람들이 침묵하면 돌들이 소리 지르리라'고 말씀하셨다"며 "예수를 따르는 우리 기독인들도 이런 심정으로 촛불을 밝히는 것이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이어, "이명박 대통령에게 안타까운 심정으로 간곡하게 권고한다"며 "촛불을 든 민심을 천심으로 받아들이고 국민 앞에 진정으로 사과할 것을, 폭력진압에 책임 있는 사람들은 엄하게 징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일부 빗나간 행태를 보이는 기독교인들에게 당부한다"며 "대통령이 교회의 장로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그의 정책을 옹호하려 드는 것은 옳지 않다, 낡은 시대의 잣대로 촛불을 폄하하고 이념적 대결을 부추김으로서 평화를 파괴하는 일에 가담하는 것은 신앙인으로서 심히 부끄러운 일"이라고 충고했다.
임 회장의 설교가 끝나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광우병 기독교 대책회의는 현 시국에 대한 기독교의 입장을 발표했다.
이들은 "촛불민심은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지키겠다는 소박한 요구"라며 "촛불의 요구는 정당하다"고 밝힌 뒤,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전면 재협상하고, 전수조사를 통해 검역주권을 되찾고 검·경은 폭력진압을 멈추고 연행자와 구속자를 석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폭력은 폭력을 낳고 갈등을 낳아 여론의 따가운 지탄을 받게 된다"며 "어떤 상황에도 폭력을 사용하지 말자"고 호소했다.
한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기독교 대책회의는 시국기도회가 끝나면 남대문-명동-종각-시청으로 거리행진을 한 후, 시청 앞 광장에서 촛불문화제를 열 예정이다.
김경호 목사는 "천주교 신부님들의 거리행진 원칙은 '침묵'이었지만, 기독교에서는 '연한 기도'도 있다"며 "저 인왕산까지 들릴 정도로 기도를 해달라"고 시민들에게 부탁했다.
참석자들은 저녁 8시10분께부터 행진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