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함과 책, 기자수첩
김상훈
기다리던 시민기자 명함이 도착했다. 온통 새빨갛게 물든 다소 도발적인 디자인에 약하게 베어나오는 물감(?)냄새. 화투갑을 연상시키는 투명 박스에 250에서 300장 정도 들어있었다. 거기에 선물인지, <생각이 차이를 만든다>라는 책 한권과 기자수첩 두 권까지. 살아오면서 달리 해 놓은 일이 없는 나, 왠지 모를 뿌듯함이 밀려온다.
시민기자 명함을 받는 조건은 다소 까다롭다(적어도 나한테는 그랬다). '이달의 뉴스게릴라'로 선정되거나 3개월 안에 버금이상 기사 5개 이상을 써야하는데, 첫 한달 동안 죽어라고 써 봤지만 메인기사는 달랑 하나. 대체 5개를 언제 채우나, 걱정이 태산 같았는데 마침 진행된 촛불집회가 나에겐 기회였다.
한참을 쉬고 6월들어 처음 쓴 '집시법 개정 촉구' 기사가 '으뜸'에 선정된 것을 포함, 그 주에만 메인기사 4개를 달성하며 단박에 명함신청 조건을 채웠다. 뿌듯하기도 하고 허무하기도 했다. '이렇게 쉬웠나'하고. 하지만 그 후로 또 다시 빌빌 대며 암흑기를 걷고 있다.
오늘 도착한 명함이 일종의 자극제로 작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잊지 못할 순간들짧은 기간이었지만 시민 기자 생활을 하면서 몇몇 잊지 못할 순간들이 있었다. 우선 처음으로 메인에 내 기사를 올렸을 때가 생각난다. 지난 4월 말, 성범죄자 신상공개를 반대하는 취지의 기사를 송고했는데, 놀랍게도 '버금' 등급을 받고 메인면에 당당히 올라갔다. 스스로 신기하고 자랑스러워서 화면을 캡쳐하고 여기저기에 전화를 하는 등 난리를 피웠다.
또한 이 기사는 포털사이트들에 전송되기도 했는데, 특히 싸이월드에서 댓글이 무려 247개나 달리는 놀라운 성과를 이룩해 냈다. 하지만 대다수가 악플이었다. 딱히 무섭진 않았지만,'기자놈 얼굴 한번 보자'와 같은 섬뜩한 표현들도 눈에 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