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을 달리는 코스가 많다.
유지성
나는 혼자 달리는 걸 무척이나 좋아한다. 그렇지만 누구와 달리느냐에 따라 기준이 변하는 간사함도 있다. 올해 노베야마 대회는 3명의 일본 언니(?)들과 함께 했다. 물론 아주 젊은 미모의 아가씨들은 아니지만 수년간 여러 대회를 같이 달리며 친하게 지내오는 가족 같은 여성들이다.
지금까지 일본은 많이 가봐서 그리 낯설지 않은 동네다. 하지만 집 떠나면 남의 동네인지라 동행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안심되고 즐겁기 한이 없다. 하하하.
그동안 10번의 오지레이스와 여러 번의 울트라 마라톤를 완주하면서 몇 차례 부상을 당해봤다. 대부분 사소한 부상이라 별문제는 없었지만, 충주 100마일 런에서 접질린 발목과 베트남 레이스에서 돌아간 무릎은 아직도 후유증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노베야마 대회는 좌 비탈 우 비탈, 비포장의 험난한 코스로 악명을 떨치는 곳이다.
훈련이라도 착실히 했다면야 덜 걱정이 되겠지만, 언제나 '닐리리 맘보'다 보니 은근슬쩍 부담스럽다. 또다시 테이핑과 CW-X 압박 타이즈, 브룩스 신발, 인진지 양말에 의존하는 꼼수를 부려야겠다. 좋은 장비는 나에게 항상 힘과 용기를 준다.
일본의 실질적인 마라톤 대중화는 2007년 도쿄마라톤을 기점으로 볼 수 있다. 그동안은 마니아를 위한 마니아들의 잔치였지만 도쿄대회 이후 말 그대로 국민 스포츠로 확실한 뿌리를 내렸다. 평상시에도 도심지 공원에는 달리기족으로 넘쳐난다. 경찰도 안전사고를 대비해 항시 대기 중이고, 매장에는 다양한 용품들로 가득 차고 넘친다.
일본에서 달리기가 제2의 전성기를 누리는 이유야 여럿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사실은 스포츠를 '예술'로, '문화'로 승화시켰다는 것이다. 관련 협회·단체·업체 그리고 달림이 자신이 변하지 않고는 발전이 없다. 한국의 달리기를 사랑하는 이들도 각성하고 멋들어진 환경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필요하다면 발전 방향에 대한 토론 및 연구도 기대한다.
'스타도'를 외치는 일본 영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