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물대포' 등장, 허 찔린 경찰의 '전진 배치'

또다시 이어진 경찰의 '오버', '이명박 정부' 반감만 키워

등록 2008.06.29 05:18수정 2008.06.29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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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전운이 감돌았다. 일부 시위참가자들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본사에 항의시위를 벌인 여파 때문일까? 경찰의 전경버스 차벽은 파이낸스센터로 전진됐으며, 세종로를 기점으로 그 일대는 모조리 전경버스와 경찰 병력으로 차단됐다.

시위에 대한 경찰의 대처는 늘 이런 식이었다. '명박산성 구축'이 특별한 일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경찰이 앞장서서 '오버'하면서 시위참가자들의 감정이 격앙돼 시위가 격화되는 양상, 늘 이런 식이었다. 그 과정에서, 시위에 참가할 생각이 없던 다른 시민들까지 감정이 격앙돼 이명박 정부에 반감을 갖는 경우도 많다.

시위와 상관없는 시민의 출입도 막아

지난 28일 저녁도 마찬가지였다. 광화문 내로 진입하려던 시민들은 출입을 제지하는 경찰에 대해 격앙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자택이 서대문에 있다던 어느 50대 여성도 "이 길을 이렇게 막아서야 인근에 거주하는 시민들 더러 어떻게 집에 가라는 것이냐"고 따져물었다. 하지만, 경찰은 어느 누구든 진입을 허락하지 않았고 내부에서 빠져나오려는 시민들의 움직임만 허용했다.

현장에 있던 나와 <민중의 소리> 기자는 전경 병력 뒤에 숨은 병력 책임자와 대화를 시도하려 했으나 당연히 거부당했다.  나와 <민중의 소리> 기자가 물을 내용은 어차피 뻔했기 때문이다.

"차도가 아닌 인도까지 차단하면서, 시위와 상관없는 시민들의 '거주와 출입의 자유'를 막는 이유는 뭔가요?"

양심이 있다면 이 질문에 당당하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출입을 통제하면서 방패로 시민들을 막는 전경 병력에 약간의 안타까움을 느낀다.


그동안의 피로와 시위로 인한 잦은 출동 때문에 불만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심지어 50대 중년 여성까지 거칠게 방패로 밀면서 들으라는듯이 욕설을 남발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당당하게 대답할 수 없는 질문에 침묵한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병력의 책임자로서 휘하 병력이 최소한 저런 몰상식을 저지르는 것은 제지시켜야 할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닐까.


소화전, '시민 물대포'로 변신하다

경찰은 전경버스 차벽을 전진배치하면서 광화문 일대의 출입을 금지하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본사도 쉽게 지키면서 시위도 다소 편하게 진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모양이다. 하지만, 시위참가자들의 감정이 격화되고 시위와 상관없는 시민들까지 이명박 정부와 경찰에 반감을 가졌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 판단은 한참 어긋났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게다가, 전략적으로도 꽤 큰 패착을 일으켰다. 시청역 4번 출구로 가는 길목 중간에 소화전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지 못한 것일까? 시위참가자들은 그 소화전을 주목했다. 당장에 뽑아 소화전을 '시민 물대포'로 삼아, 경찰이 물대포를 쏘자마자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차벽 위에 있던 전경 병력들과 경찰버스 내에서 소화기를 쏘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전경 병력들은 예상치 못한 '시민 물대포'에 맞았다. 자신들도 당황했는지, 더욱 심한 욕설을 퍼부어대며 시위참가자들을 자극했다. 당연히 서로 욕설과 함께 소화기·살충제를 교환하고 물대포 세례를 교환한다. 누가 있는지 알아보지도 않고, 돌과 와이어 쇠덩어리까지 던져 부상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나도 머리 한가운데에 전경이 던진 돌을 맞았다. 다행히 모자를 쓰고 있어 다치지는 않았다.

'선무방송'하면서 막말 쏟아내는 경찰

오늘도 더 큰 문제는 선무방송에 있었다. 선무방송으로써 시위참가자들을 제지시키기는커녕, 시위참가자들이 그에 아랑곳하지 않자 여전히 본인들이 먼저 흥분해 막말을 쏟아냈다. "여러분들을 전부 채증해 연행하겠다"거나 "온 국민이 여러분의 '불법행위'를 지켜보고 있다"는 협박은 점잖을 정도다.

"여러분 중에 낫을 휘두르는 사람도 있다. 광우병을 문제삼기 전에 여러분이 미치지 않은 것인지 생각해봐라."

"기자 여러분 잘 보십시오. 이것이 촛불시위 참가자들의 불법집회 모습입니다."

이 멘트를 들은 기자들이 많을 것이다. 벌써 보도한 언론도 있는 듯 하다. 하지만, 경찰(혹은 이명박 정부)과 시위참가자들, 두 대상 중 '미친 정도'를 비교해봤을 때 "시위참가자들이 더 미쳤다"고 손 들어줄 사람들은 몇이나 될까?

참고로, 시위참가자들은 경찰의 '막말 선무방송'을 들어도 "우~"하는 고함 정도만 내지르면서, 여전히 경찰의 물대포에 '시민 물대포'로 대처하려 하거나 아예 '막말 선무방송'을 가볍게 무시하는 듯한 태도다. 먼저 불법을 저지른 대상, 먼저 흥분해 이성을 잃은 대상, 과연 누구일까?

<조선>·<동아>가 '정부기관'인가

이런 양상을 지켜보면서, 나는 <조선>·<동아>에 대한 생각에 젖을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이명박 정부에 호의적인 보도를 하는 언론이라고 해도, <조선>과 <동아>는 '사설 언론'이다.

시민들은 허위·과장 보도하는 언론을 비판하고 항의할 권리가 있다. 소비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도 있다. 시민들이 조직적으로 본사 건물에 난입해 폭력을 휘두르거나 위해를 가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대체 그 꼴이 뭔가? 집에 돌아가는 시민들의 귀가까지 막고 있다.

그저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하나 뿐이다. 더이상 시위참가자들을 자극하지 말아달라. 누른다고 쉽게 무너질 사람들이 아니다. 그럴수록 더욱 의지에 불타올라 끝을 보려고 하는 사람들이다. 잠잠했던 촛불시위, 왜 다시 격화됐을까? 분명히 '관보 게재'와 이명박 대통령의 '국가 정체성' 발언, "12세 어린이 연행" 소식 때문이다. 이쯤 됐으면 어린아이라도 깨달을 것이다.

그만하길 바란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으로도 모자라 한가운데에 풍덩 빠져 허우적거리기까지 해서야 곤란하지 않겠는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국민토성 #조중동 반대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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