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시위' 운운하는 정부와 경찰 그리고 보수언론에게

[주장] 당신들이 가만히 있으면 절대 폭력적일 수 없는 평화시위!

등록 2008.06.28 19:58수정 2008.06.28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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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전에 없이 과격해진 촛불시위에 대해 보수언론들이 맹공을 펼치고 있다. 촛불시위의 어느 정도 과격함을 묵인하고 있었던 <경향신문>과 <한겨레>에서도 우려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대책위도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폭력시위를 자제해 줄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고시강행 이후 굉장히 흥분한 일부 시민들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건물 앞에 쓰레기를 쌓아놓거나 건물 입구의 유리를 파손하는 등 과격한 행동을 했다. 전경과 대치하는 상황에서는 지난 시위 때보다 더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비폭력을 외치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이렇게 시위가 격렬해진 데 대해 보수언론들은 그 책임을 모두 시위대에 돌리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시위의 폭력 성향 추이 변화를 잘 살펴보면 그 원인이 바로 정부와 경찰에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필자는 몇 가지 키워드를 통해 정부와 경찰이 국민들을 어떻게 기만하고 우롱했는지 살펴 보려고 한다.

 

흉기가 된 물대포와 방패

 

 5월 2일부터 시작된 촛불집회는 20여일 가까이 계속됐지만 정부와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들의 생명권에 대한 우려를 '광우병 괴담'으로 폄훼하는 등 국민의 소리를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이에 답답함을 느낀 시위대는 5월 27일,  청와대로 가기 위해 도로행진을 시작했다. 그러나 29일에 고시가 강행되었고 평화롭기만 하던 시위대의 분위기는 조금씩 과열되기 시작했다.

 

 6월 1일 새벽, 효자동 일대와 광화문 일대는 말그대로 아비규환이 되고 말았다. 일부 과격한 행동을 하던 시민들이 있긴 했지만 시위대는 이때까지도 비폭력을 외치고 가능한한 평화 시위를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물대포를 시위대를 향해 직사하고 방패를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심지어 도망치던 힘없는 여대생을 한 전경이 군홧발로 짓밟기까지 했다. 이날의 거의 모든 참상은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됐고 부상당한 시민들의 처참한 모습을 담은 사진들로 인터넷 게시판들은 도배되었다. 이는 온 국민들을 공분케하기에 충분했다.

 

명박산성

 

6월 10일 100만 촛불대행진이 예정되어 있던 날 아침 광화문 세종로에는 진기한 풍경이 펼쳐졌다. 세종로 12차선 도로 중 8차선을 컨테이너 박스로 막아버린 것이다.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했다며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던 이명박 대통령의 말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행동이었다.

 

이는 또 한 번 국민들을 허탈하게 만들었으나 이에 아랑곳없이 이날 광화문 일대에는 약 70만명의 시민이 운집했다. 정부나 경찰의 우려와는 달리 이날 촛불문화제는 거리축제와 컨테이너 박스 앞에서의 열띤 토론으로 새벽을 맞이하며 끝을 맺었다. 정부와 경찰의 우려와는 달리 이날의 시위는 말그대로 '축제'였다.

 

보수세력의 역공

 

 100만 촛불 대행진 이후 시민들을은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촛불집회 참가자 숫자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이 틈을 타서 보수언론과 보수성향의 인사들은 일제히 촛불시위는 친북 좌파 세력이 주도한 것이라고 매도했으며, 진보적 언론들을 맹렬하게 비난했다.

 

게다가 뉴라이트연합, HID, 고엽제전우회 등의 보수단체들은 의도적으로 촛불집회를 방해하고 KBS와 MBC에 가스통을 들고 쳐들어가 상상을 초월한 무력시위를 벌였다. 이에 반해 시위대는 폭력으로 맞서는 대신에 촛불 하나 달랑 들고 공영방송 사수를 위해 방송국 주변으로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이명박 대통령 "불법 폭력시위 엄정 대처"

 

19일 대국민 기자회견을 통해 "뼈저린 반성'을 했다며 국민 앞에 다시 한 번 머리를 숙인지 단 사흘만에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에 대한 태도를 180도 바꿔버렸다. 마치 '추가협상까지 했으니 이젠 그만 좀 하고 내가 시키는 대로만 행동하라'고 말하는 듯한 뉘앙스를 담고 있는 말이었다.

 

사실상 대국민 선전포고나 다름 없는 이 발언을 듣고 다시 한 번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경찰의 태도가 이전과는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집회를 시작하기도 전에 해산 명령을 내리고 도로에 있는 사람이든 인도에 있는 사람이든 무차별적으로 연행해 갔다. 심지어 현역 국회의원도 연행되었다.

 

시위대와 대치하는 상황에서는 마치 함정을 파듯 시위대를 한 곳으로 유인해서 그 중 한 사람만 골라 고립시킨 후 표 안나게 교묘히 폭행을 가하거나 채포을 했다. 이런 식으로 25일 하루만에 139명이 연행되었다.

 

 지금까지 살펴 본 바와 같이 정부와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을 기만했고 국민을 범법자 취급했다. 아무리 악법도 법이라지만 위헌 소지가 있는 집시법으로 경찰의 국민에 대한 폭력은 정당화 하면서도 헌법적 권리를 주장하는 시위대의 요구는 폭력으로 매도했다.

 

방패와 헬멧 등 보호장구를 모두 갖춘 전경이 비무장한 시위대를 폭력으로 진압하면서 이에 저항하는 시위대에게는 폭력시위 그만하라고 말한다. 이런 식으로 시위대를 자극하면 수백, 수천, 많게는 수 십만명의 군중들 중에서 자제력을 잃고 흥분하는 사람이 없을 수 있겠는가? 일부러 시위대의 폭력을 조장해서 촛불시위 전체를 폭력시위를 매도하려는 의도가 없지 않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고 필자가 폭력시위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일부 폭력시위대의 행동을 침소봉대해서 촛불 전체를 매도하는 보수세력들의 태도를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책회의 박원석 공동상황실장은 27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비폭력 평화집회 기조를 지킬 수 있도록 시민들이 자제하자”라고 호소하면서 "촛불 시민들은 폭력시위에 대한 자정능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반면에 경찰측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경찰의 폭력에 대해 공식 사과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폭력을 조장하고 있다. 이젠 물대포도 모자라 최루액까지 뿌리겠다니 정말 할 말을 잃게 만들고 있다. 만약 경찰이 이처럼 강경대응 하지 않고 평화시위를 보장해 준다면, 촛불집회는 평화적이면서 축제와 같은 시위가 될 것이다.  

 

 다시 한번 정부와 이명박 대통령에 말하고 싶다. 폭력적인 방법으로는 절대로 촛불을 끌 수 없다는 것을.

2008.06.28 19:58ⓒ 2008 OhmyNews
#촛불집회 #폭력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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