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0g 아기, 어떻게 살려냈을까

[뉴스 속 건강 46] 초미숙아 치료에 사회적 관심과 지원 필요

등록 2008.06.30 09:16수정 2008.07.01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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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아영 아기의 초미숙아 시기
허아영 아기의 초미숙아 시기 삼성서울병원

정상적인 신생아의 임신기간은 40주, 출생체중은 약 3.2㎏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대 의학은 어느 정도의 기간과 체중의 신생아를 건강하게 살려낼 수 있을까요?


지난 24일 삼성서울병원은 국내에서 가장 어린 재태기간에 태어난 임신 22주 3일(157일), 440g의 초미숙아가 생후 140여일간 인큐베이터에서 치료를 받고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국내에서 보고된 생존 초미숙아 중 가장 어린 아기이며 세계적으로도 생존 사례가 매우 드문 경우입니다.

초미숙아의 생존 한계는 어디까지?

'초미숙아'란 출생체중이 1000g 미만의 미숙아로 전체 출생아의 약 1%를 차지합니다. 하지만 주산기(출생 전후 기간) 사망의 반 정도가 초미숙아로 인해 발생할 정도로 초미숙아에 대한 집중적인 의학적 보살핌이 필요합니다.

일반적으로 태아의 생존 능력은 대개 출생체중 500g, 임신연령 20주에 도달한 태아부터 말할 수 있는데, 국제 질병분류상 주산기는 임신 22주(154일), 태아 출생체중이 500g에 도달할 때부터 시작됩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태아의 생존 능력은 생명의 징후인 심박동, 제대의 박동, 자발적 근육 움직임과 함께 임신 22주 이상이거나 체중 500g 이상일 때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생존한 미숙아의 최소 출생체중은 전 세계적으로 보면 체중이 280g이었고,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4년 태어난 434g의 김소망양이었습니다.


초미숙아, 왜 생존하기 힘들까

 국내에 보고된 생존 초미숙아 중 가장 어린 허아영 아기
국내에 보고된 생존 초미숙아 중 가장 어린 허아영 아기삼성서울병원



의학적으로 태아 영아의 생존 한계는 임신 23~24주까지 내려와 있고, 임신 24주 이상이면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는 추세입니다. 초미숙아가 건강한 태아가 될 때까지는 많은 난관을 극복해야 합니다. 초미숙아는 폐의 발달이 미숙하여 만성 폐질환이 생길 확률이 매우 높고 중증의 뇌출혈과 괴사성 장염 등 치명적인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큽니다.

이번에 삼성서울병원에서 태어난 허아영 아기도 출생 당시에는 폐의 성숙 정도를 외부적으로 나타내주는 젖꼭지가 아직 형성되지 않았고 눈꺼풀도 없어서 눈도 뜰 수 없을 정도로 미숙해 생존한계에서 벗어난 것으로 판단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초미숙아를 살리기 위해서는 집중적인 치료와 보살핌이 필요합니다. 임신기간 22주 3일 만에 440g의 초극소 저체중아로 태어난 허아영 아기도 선천성 심장병인 동맥관개존증 수술과 안과 미숙아 망막증 수술을 받는 등 여러 번의 어려운 고비를 무사히 잘 넘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숙아, 원인은 뭘까?

미숙아를 낳지 않기 위해서는 산모의 자궁 안에 태아가 자라는 기간이 최소한 37주 이상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조산에 따른 국내 미숙아의 출생은 꾸준히 증가해 최근에는 매년 전체 출산의 10% 이상인 5만 명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박원순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이에 대해 "결혼·출산 연령의 증가와 불임부부의 증가, 세계 최저수준의 출산율과 무관하지 않다"고 진단합니다.

이 밖에도 조산의 원인에는 임신 중 태아곤란증, 다태 등의 태아의 이상과 전치 태반과 같은 태반의 이상, 자궁의 이상, 임신 중독증과 같은 산모의 원인, 조기 양막 파수 등이 있으며 최근 그 빈도는 증가 추세입니다.

증가하는 초미숙아, 어떻게 하나?

하지만 조산에 의해 태어난 초미숙아들이 모두 소중한 생명을 얻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 초미숙아 부모들은 집중 치료기간 중 감당할 수 없이 비싼 의료비에 아이들을 포기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습니다.

장윤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훌륭한 미숙아 치료기술을 이미 우리나라 의료진들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미숙아를 인격체로 대우하는 우리 사회의 인식이 좀 더 보편화되고 모든 아기들이 잘 치료받을 수 있도록하는 국가의 정책적 지원이 추가된다면 더 많은 어린 생명들이 정상적으로 잘 커나갈 수 있다"면서 미숙아 치료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노력을 당부합니다.

국내 의료진은 500g 미만 초미숙아의 경우 생존률이 50%, 1000g의 초미숙아까지 보았을때 94%까지 될 정도로 세계 최고수준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국가의 적절한 지원과 관심이 더해진다면 꺼져가는 소중한 생명을 더 많이 지킬 수 있을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엄두영 기자는 현재 경북 예천군의 작은 보건지소에서 동네 어르신들을 진료하고 있는 공중보건의사입니다. 많은 독자들과 '뉴스 속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덧붙이는 글 엄두영 기자는 현재 경북 예천군의 작은 보건지소에서 동네 어르신들을 진료하고 있는 공중보건의사입니다. 많은 독자들과 '뉴스 속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초미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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