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장관고시 철회와 전면 재협상을 요구하는 시민, 학생들이 27일 새벽 서울 세종로 사거리에서 밤샘시위를 벌이는 가운데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살수차로 물을 뿌리고 있다.
권우성
[최종신 : 27일 오전 7시 40분]
26일 밤 50차 촛불문화제에 이은 가두시위는 27일 아침 7시가 돼서야 끝났다. 경찰이 아침 6시 50분 프레스센터 앞 차도에서 시위대와 대치중이던 전경들과 전경 버스를 모두 철수시키자 시위대도 서울시청으로 물러갔다. 아침 7시 40분 현재 광화문사거리와 태평로 일대는 차량 통행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시위대는 토론했고, 논쟁했고, 춤췄고, 노래했고, 구호를 외쳤고, 분노했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또 밤을 샜다.
'관보 게재'라는 역사적 사건이 있었던 어제(26일)는 민주노총의 총파업 개시와 함께 전국 17곳의 미국 쇠고기 보관창고 정문 봉쇄투쟁으로 오전부터 분주했다. 광화문 곳곳에서 시민들이 시위를 벌였고 오후 5시에는 5000여명의 노동자들이 시청앞에 모여 '국민건강권 수호'를 결의하는 출정식을 열었다. 저녁에는 어김없이 2만 여 촛불이 광화문을 밝혔다.
시위대는 국민토성에 쓰일 모래주머니를 옮기기 위해 신문로 서울역사박물관에서부터 광화문까지 인간 운반띠를 만드는 장관을 연출했으며 전경버스에는 '이명박, 국민과 한번 해보자는거냐'는 펼침막이 붙었다.
경찰은 역시 물대포와 분말소화기로 맞받았다. 경찰은 26일 밤 10시께 1차 진압을 시작하고 대부분의 시위대가 동화면세점 쪽으로 빠진 뒤에도 광화문 차벽 근처에 남아있던 시위대에게 물대포를 계속 쏴 '표적살수' 비난을 받았다.
시위대도 거칠었다. 시위대가 1000원씩 갹출해 산 달걀 9만5000원 어치는 계속해서 전경버스 너머로 날아갔다. 전경들도 시위대가 던진 물병 등을 다시 되던지는 등 감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버스 위에 올라가 있던 일부 전경은 막고 있던 방패를 열어 시위대에게 욕을 하고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보이기도 했다. 기자들에 대한 민감한 반응, 시위방식을 두고 벌인 시민들끼리의 다툼도 유난히 많은 날이었다.
일부 시민은 광화문으로 행진하던 도중 동아일보 사옥과 코리아나 호텔 유리벽, 유리회전문을 파손하기도 했으며 전경과 시민과의 충돌로 경찰, 시위대, 기자 등 다수의 부상자도 발생했다. '폭력'만을 부각하는 보수세력의 거센 반격이 예상되는 아침이다. 오늘 아침 <조선일보> 메인 기사가 이를 대변한다.
'청와대만 지키는 정권-광화문은 한 달 넘게 무법천지... 폭력의 해방구' [22신 : 27일 새벽 6시 36분]시위대, 경찰의 집회 마무리 제안 거부프레스센터 앞 시위대와 경찰과의 대치 상황에는 변함이 없다. 시위대와 경찰 서로 평화롭게 해산 및 철수하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시위대 내 이견으로 실현이 어려워 보인다.
새벽 5시 55분경 경찰이 '서로 집에 들어갈 수 있는 명분을 만들자'는 취지로 '상호철수안'을 내놨다. 경찰병력이 먼저 인도로 철수하면, 시민들이 서울시청 앞 광장으로 이동하고, 다시 경찰은 경찰버스 등 경찰력을 완전치 철수시키겠다는 것.
경찰측과 접촉한 김주성 <라디오21> 뉴스팀장이 메가폰을 들고 이런 안이 나왔다는 것을 알리고 시민들의 의견을 물었을때 처음에는 잠시 동안 찬성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듯 했으나, 곧바로 반대 여론에 부딪혔다.
시민들은 "경찰이 인도로 철수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완전 철수해야한다, 경찰을 어떻게 믿냐"며 반대하는 이도 있었고, "우리가 뭐가 아쉬워서 해산하냐, 진압할테면 하라고 해!"라면서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이도 있었다.
시민들중에는 '어차피 다음날의 투쟁을 위해 재충전을 해야하니 평화철수안을 받아들이자'고 말하는 이도 있었지만, '우리는 대표를 선출한 바가 없다, 우리는 조직단체가 아니다'라며 모두 자진해산하는 것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많다. 이 때문에 의견만 분분한채 경찰과 시위대의 대치는 계속되고 있다.
[21신 : 27일 새벽 5시] 아침이슬 부르며 새벽 맞는 1000여명의 시민들 27일 새벽 4시 40분께 동쪽 하늘부터 어둠이 서서히 걷히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인도 귀퉁이에서 잠을 청하고 있는 모습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시민들은 생생하다.
1000여명의 시위대는 '아침이슬' 등을 부르며, 새벽을 맞고 있다. 시위대쪽으로 전경버스를 배치했던 경찰도 별다른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하지만 아침이 다가올수록, 경찰의 마지막 시위대 해산 작업도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