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수사 가는 길경북 구미시 도개면 신곡리 마을 들머리랍니다.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가면 산 중턱에 문수사가 있지요.
손현희
야호! 내가 여기 다 타고 올라왔어!경북 구미시 도개면 신곡리에 있는 문수사는 깎아지른 절벽에다가 집을 반만 지어 법당을 차린 곳이에요. 절집 생김새도 퍽 남다르지만, 여기에서 거의 예순 해 동안 살고 있는 정숙현 할머니가 계신 곳이에요. 그 때 기사에서도 잠깐 소개를 했지만, 6·25 때 남편을 전쟁터에서 여의고 백일난 아들마저 잃고 난 뒤에 이 절에 들어오신 분이지요.
문수사를 찾아가는 길이 지난해와 달라진 게 있어요. 신곡리 마을을 벗어나서 절 들머리까지 가려면 아스팔트, 시멘트길, 또 흙길이 이어졌는데, 이번에는 아스팔트로 쫙 깔려있는 거였어요. 그렇지 않아도 할머니한테 길을 새로 놓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한 해만에 모두 마무리가 된 듯 했어요.
문수사를 생각하면 구미에서 예까지 먼 길인데, 자전거 타고 왔다고 따듯하게 맞아주시던 할머니뿐만 아니라, 절집까지 올라가던 매우 가파른 오르막길이 먼저 떠오른답니다. 그 때에는 너무 힘이 들어서 자전거를 타고 올라가다가 더 오르지 못하고 내려서 끌고 갔던 기억이 나요. 이제 그 뒤로 한 해가 흘렀는데, 이번에는 자전거에서 내리지 않고 다 타고 올라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되었어요.
예나 지금이나 길은 가파르지만 천천히 발판을 밟으며 올라갑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도 한 해 동안 꽤 험한 오르막을 참 많이도 오르고 내렸는데 어쩌면 지난해와는 달리 그동안 자전거 타는 솜씨가 많이 늘었으니 잘하면 탈 수도 있겠구나 싶기도 했답니다.
"우리 지난번에는 여기 올 때 다 끌고 갔잖아. 이번에는 어떨는지 모르겠다."
"그래. 그랬지. 그런데 잘하면 다 타고 올라갈 수 있겠는데?"
"그렇지? 전에는 이 밑에서 저 꼭대기를 보기만 해도 겁이 덜컥 나던데, 오늘은 생각 밖인데?"
"그래 한 번 해보자!"남편과 나는 자전거 타는 솜씨도 겨뤄보고 지난해 오르지 못했던 곳에 다시 와서 타보는 재미로 천천히 올라갑니다. 그 때와는 달리 길이 덜 가팔라 보였어요. 틀림없이 그때와 똑같은 길인데 말이에요. 엉덩이를 안장 앞쪽에 바싹 당겨 앉고, 윗몸을 바짝 수그린 채 올라갑니다. 생각보다 쉽게 올라가는 게 무척 신기했어요. 속으로 굉장히 신이 났어요.
'어…. 어! 올라간다. 내가 여기를 다 타고 올라간다. 히히히'스스로 대견스러워하면서 자꾸만 웃음이 나오려고 했어요. 내가 봐도 이 가파른 길을 다 타고 올라가는 게 퍽 자랑스러웠답니다. 남편도 씩씩하게 잘 올라오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