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패삼겹살 대패로 얇게 밀어놓은 것 같다 하여 이름 붙여진 대패삼겹살
이종찬
만원의 가치 제대로 느껴보세요지하철 7호선 면목역에 내려 2번 출구로 나와 곧바로 직진해서 2~3분 정도 걸어가면 식당 안팎에 사람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는 집이 있다. 그 집이 바로 1인분에 1천500원 하는 값 싼 삼겹살을 파는, 요즈음 눈을 몇 번이나 씻고 찾아보아도 쉬이 찾을 수 없는 대패삼겹살 전문점이다.
그렇다고 이 집의 인테리어가 몹시 초라하다거나, 삼겹살의 양이 형편없이 적다거나, 삼겹살의 맛이 1인분에 8천원 하는 삼겹살에 비해 뒤지는 것이 결코 아니다. 아니, 일반 삼겹살 전문점보다 인테리어가 훨씬 깔끔하며, 양도 훨씬 푸짐하다. 게다가 고기가 질기지 않고 몹시 부드러우며, 맛도 탁월하다.
특히 큰 벼루처럼 생긴 널찍한 불판에 수북이 쌓인 대패삼겹살을 수북이 올려놓고 마늘, 김치와 함께 슬쩍슬쩍 구워먹는 맛은 차돌박이 못지않다. 밑반찬 걱정도 없다. 처음 자리에 앉으면 밑반찬을 차려주지만 밑반찬을 다 먹고 나면 언제든지 먹고 싶은 만큼 더 먹을 수 있다. 이는 식당 들머리에 밑반찬을 뷔페식으로 푸짐하게 차려놓았기 때문이다.
'新보릿고개'로 주머니 사정이 몹시 어려운 시대, 이 집에 가야 돈 만원의 가치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왜냐하면 2~3명이 자리에 앉아 대패삼겹살 5인분을 시키고, 소주 한 병 시켜봐야 1만500원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까닭에 나그네가 이 집 대패삼겹살을 '新보릿고개'를 넘기는 비밀병기라 소문낼 만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