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새로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 고시를 강행키로 한 25일 저녁 서울 태평로에 모인 '촛불' 시민들이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남소연
[9신 : 25일 저녁 8시]
광화문사거리에 1만여 '촛불' 운집... 빠르게 불어나 49번째 촛불이 환하게 켜졌다. 이번에는 서울 시청 앞 광장이 아니라 덕수궁 대한문 앞쪽으로 밀려난 상태다. 보수 기독교 단체인 국가기독교연합에서 개최하는 '국가 기도회'가 시청 앞 광장에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시청 주변은 '대한민국 헌법 제1조' 노래와 교회 찬송가가 뒤섞여 울려퍼지고 있다.
'안방'을 내준 촛불 시민들은 덕수궁 대한문 앞 차도에 앉아 촛불을 들고 있다. 기독교 연합회원들은 시청 앞 광장에 깔아놓은 의자에 앉아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기독교단체 회원들은 조갑제닷컴의 조갑제 대표가 만든 '거짓의 촛불을 끄자'라는 유인물을 두 박스가량 가지고 와서 홍보하고 있다. 또 조갑제 닷컴의 김성욱 기자가 쓴 '대한민국 적화보고서'란 책도 함께 가지고 왔다.
이를 지켜보던 조성렬(60·송파구)씨는 "이명박 정부를 도우러 나온 정권의 하수인들은 광장 노른자위에 앉아있고, 정부에 직언을 하는 시민들은 외곽으로 밀려난 꼴이 아니냐"며 "계속 빨갱이 좌파 운운하는 데 그렇다면 저기 계신 목사님들은 집에가서 빨갱이 자녀들과 식사를 하는 것이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저녁 7시10분부터 시작된 촛불문화제에서는 시작하기 전부터 5000여명의 시민이 운집했다. 빠른 속도로 시민들이 모여들고 있다. 정부의 고시강행과 이날 오후의 강제연행 소식을 들은 시민들이 일찍부터 나와 촛불을 들고 있는 것이다.
무대에 오른 박원석 대책회의 상황실장은 "오늘은 1박2일 끝장투쟁을 제안합니다. 할 수 있죠?"라고 제안했다. 그러자 시민들은 촛불을 치켜들고 "와"라고 외쳤다.
이날 집회는 20여분만에 마무리되고 곧바로 광화문사거리쪽으로 거리행진을 했다. 박 실장은 "우리는 끌려가도 계속해서 나설 것"이라며 "100명이 연행되면 1000명이 나서고, 1000명이 연행되면 10000만명이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광화문 사거리에 당도했다.
광화문 사거리는 8대의 전경버스로 원천봉쇄된 상태다. 버스 위에는 방패를 든 전경이 배치돼 있다. 시민들은 현재 광화문 사거리에 운집해 "이명박은 물러나라" "폭력경찰 철수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이 대한문 앞을 출발할 때는 5000여명이었으나, 도착해보니 10000여명을 훌쩍 넘어섰다. 지금도 지하철 역 등에서 시민들이 몰려오고 있다.
포위망 좁혀오는 전경...시위대 200여명 경복궁 역 앞, 호송차 4대...조만간 연행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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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역 6번출구 앞에는 200여명의 시민들이 모여있다. 현재 시민들은 전경과 경찰과 차량에 의해 포위된 상황이다. 경찰은 인도위에 있는 시민들을 한곳으로 몰기 위해 조금씩 전진하고 있다. 시민들은 이에 맞서 "이명박은 물러가라" "폭력경찰 물러가라"라고 외치고 있다.
앞서 경복궁역 6번-4번 출구 앞 도로는 30분간 시민들에 의해 교통이 통제됐다. 경찰이 경복궁 4번 출구 앞 인도에 있던 시민 10여명을 연행하면서 사람들이 경찰에 밀려 도로 위로 쏟아진 것이다. 이후 경찰은 양쪽으로 나뉘었던 시민들을 계속 압박해 도로에서 인도로 올리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남성 1명이 허리를 다쳐 구급차에 실려갔다.
호송차량 4대가 대기하고 있다. 전경은 계속 포위망을 좁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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