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과 기부로 건립되는 '광덕산 환경교육센터'

건립 비용 15억원 가운데 6억원 이상 나눔과 기부로 모아져

등록 2008.06.24 19:43수정 2008.06.24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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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덕산 환경교육센터 조감도 모습.
광덕산 환경교육센터 조감도 모습.윤평호
광덕산 환경교육센터 조감도 모습. ⓒ 윤평호

 

한동안 '기적의 도서관'이라는 말이 회자됐다. 한 방송사의 TV프로그램에서 독서캠페인을 전개하며 순천 등 지역 몇 곳에 도서관 건립을 지원했다.

 

누구나 필요성은 공감했지만 우리동네, 우리지역에 멋지고 아름다운 도서관이 생길 수 있다고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방송의 힘, 그리고 잠복했던 시민들의 욕구와 마음이 한곳으로 합쳐지며 정말 기적처럼(?) 도서관이 건립됐다.

 

기적은 도서관에 국한되지 않는다. 역사의 중요한 국면마다 자발적으로 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로 역사가 뒷걸음치지 않았듯 마음과 뜻이 모아지면 그 자리에는 늘 기적이 피어난다.

 

생태계의 보고 광덕산, 이제 환경교육 장으로

 

천안시 광덕면과 아산시 송악면 경계에 자리한 해발 699m의 광덕산. 예로부터 산이 크고 넓어 덕이 있는 산이라 일컬어 졌다. 호서지방의 명산으로 나라에 전란이 일어나거나 불길한 일이 있으면 산이 운다는 전설도 전해진다.

 

광덕산의 너른 품 속에서 느끼는 평안과 휴식은 산 밖의 그것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광덕산은 사계절 가리지 않고 주말이나 휴일이면 천안, 아산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탐방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광덕산의 가치는 살펴볼수록 빛 난다. 천연기념물 제398호인 400년된 호두나무가 자생하고 국립수목원 식물조사연구원의 조사결과 805종의 식물이 분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홀아비꽃대, 고려엉겅퀴 등 특산식물만도 39종. 광덕산의 특산식물 분포수는 지리산 68종, 속리산 58종에 비해서는 적지만 울릉도 32종, 방태산 31종, 소백산 31종보다 많은 수준이다.

 

또 광덕산 일대에 분포하는 외국산 귀화식물은 개비름, 개망초, 돼지풀 등 총 12종으로 국내의 외화식물 총 276종 가운데 4.3% 밖에 되지 않는다. 광덕산 일대 분포식물 805종으로 따져도 1.4%에 불과하다. 그만큼 생태건강성이 우수하다는 것.

 

광덕산에 대한 시민들의 사랑도 깊다. 단국대학교 대학원 환경자원경제학과 박제영씨는 '가상가치평가법(CVM)을 이용한 광덕산의 보전가치 추정에 관한 연구'를 지난 2005년 석사논문으로 제출했다.

 

논문에서 박씨는 광덕산을 찾은 천안·아산시민 150명을 대상으로 2005년 9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결과 시민들은 광덕산 보전을 위해 가구당 월 평균 1만9666원, 천안·아산 인구로 환산하면 연간 약 438억원을 기꺼이 지불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외래종에 오염되지 않은 생태 건강성을 간직하고 시민들이 쌈짓돈을 보태서라도 보존을 원하는 광덕산. 이제 그곳에 나눔과 기부로 환경교육의 장이 건립되고 있다.

 

광덕산 환경교육센터 건립, 또 하나의 기적 이야기

 

환경의 중요성이 커지며 환경교육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이런 요구에 부응하며 환경교육의 인력과 자원, 프로그램 등을 집중적으로 개발, 보유, 지원하는 환경교육기관이 천안에는 아직 없다. '아직'이라는 단서가 붙은 것은 조만간 환경교육기관이 모습을 드러낼 예정인 탓. 바로 '광덕산 환경교육센터'이다.

 

생태계의 보고 광덕산에 환경교육센터를 짓자는 생각은 8년 전 처음 싹텄다.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천안환경련)은 수차례의 워크샵과 토론의 결실로 2003년 환경교육센터 건립 기본설계를 발주했다. 2004년 8월 건립부지로 광덕면 광덕리 537번지 대지 1590㎡(481.4평)를 매입했다. 같은 해 11월 건립추진위원회가 발족했고 실시설계를 거쳐 마침내 2006년 11월 건립공사가 시작됐다.

 

광덕산의 산세와 어울리는 야트막한 지하 1층, 지상 2층 복층구조에 연면적 717㎡(217평)의 환경교육센터에는 교육장과 전시실, 자료실, 연구실 등과 더불어 전문생태도서관인 풀꽃도서관이 들어선다.

 

'자연-생명-공생-평화'라는 주제에 걸맞게 환경교육센터는 건축과정도 철저히 친환경적이다. 숨 쉬는 집을 위해 다진 벽, 심벽, 흙벽돌 등 다져서 쌓는 공법이 대부분이며 태양광발전시스템도 갖춘다. 냉난방과 온수는 지하의 지열시스템을 통해 얻고 자갈, 갈대, 수초를 이용한 자연정화시설을 채택해 정화조가 없다. 옥상은 주변 생물종들의 서식환경과 자연스레 연결되는 녹색공간으로 조성된다.

 

광덕산 환경교육센터 건축비로는 당초 10억원 정도가 추산됐다. 친환경 공법 적용에 원자재값 상승의 여파까지 겹쳐지며 건축비는 15억7600만원으로 늘어났다. 그동안 천안시와 충남도가 각각 4억5000만원씩 총 9억원을 지원했다.

 

환경교육센터 건립추진위와 천안환경련은 부족한 건축비를 마련하기 위해 모금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2007년에는 모금 음악회를 개최했고 지난 12일은 광덕산 환경교육센터 건립 기금 마련 만찬을 가졌다. 만찬에서는 약 1억원이 모금됐다.

 

 광덕산 환경교육센터 건립 기금 마련 만찬 모습.
광덕산 환경교육센터 건립 기금 마련 만찬 모습.윤평호
광덕산 환경교육센터 건립 기금 마련 만찬 모습. ⓒ 윤평호

 

모금만찬을 비롯해 현재까지 십시일반으로 조성된 건축비는 3억여원. 3만원, 5만원 등 소액부터 100만원 이상의 다액까지 6월 현재 개인이나 기업, 단체 등 236명이 나눔과 기부로 환경교육센터 건립을 도왔다. 환경교육센터가 완공되면 한쪽 벽면에는 이들 기부자들의 이름이 빠짐없이 새겨진다.

 

천안시 직산읍에 살고 있는 최유진씨는 환경교육센터 건립에 써 달라며 지난 1월 딸 연서(2)의 이름으로 5만원을 기부했다. 신문에서 환경교육센터 건립 기금 모금 광고를 보고 천안환경련에 전화를 걸어 기부의사를 밝힌 유진씨는 "딸이 자라서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벽면을 보는 즐거움을 안겨주고 싶었다"며 "센터가 완공되면 프로그램 참여를 위해서도 딸과 자주 방문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환경교육센터 건립 기금 기부자들 가운데에는 고사리손으로 저금통을 들고 온 어린이들도 있었다. 지난해 어느 시민은 자신의 소개로 결혼이 성사된 뒤 받은 감사사례금 30만원을 환경교육센터 건립 기금으로 내놓았다.

 

10월 준공까지 부족한 건축비는 3억7000만원. 마음과 뜻이 모아지면 기적은 우리 가까운 곳에서 일어난다.

 

지난 12일 기금 마련 만찬에서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큰 회사나 정부기관에서 큰돈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의 자발적인 한푼 두푼이 모여서 미래 세대에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 주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천안지역 주간신문인 천안신문 484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윤평호 기자의 블로그 주소는 http://blog.naver.com/cnsisa
#환경교육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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