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초반에 있는 자전거 도로이다.
임정혁
내가 다니는 직장은 집에서 약 3㎞ 거리에 있다. 한동안은 차량을 이용해 주로 출퇴근했다. 밤까지 계속 이동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듭되는 무리한 일정 덕에 5년 전 수술한 디스크가 재발하게 됐고, 나는 과감히 차를 포기하기로 결심했다.
내가 선택한 것은 출퇴근 시간 '걷기'였다. 재활운동을 꾸준히 해야 하지만 계속 일을 쉴 수는 없었기 때문에 결정한 대안이었다. 처음에는 걱정이 되기도 했다. 아침잠을 줄여가며 좀 더 일찍 일어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또 차량을 이용한 출퇴근에만 익숙해져 이 거리를 걸어간다는 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니었다.
생각해 보면 참 재밌는 현상이었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란 나는 30분~1시간 되는 거리를 걸어다니곤 했다. 그때는 이 거리가 그리 부담스럽게 다가오지 않았었다. 어느덧 문명과 편리함에 길들여진 내가 보이는 순간이었다.
아무튼 이런 결정을 내리고 출퇴근을 걸어서 한 지 벌써 한 달이 넘어 두 달이 꽉 차고 있다.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차를 포기하기로 했던 첫 결정에 매우 만족하게 되었다. 차를 포기하는 대신 수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