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망초개망초가 참 예쁩니다. 하지만 예쁜 눈으로 봐야 예쁘지요. 우리 아이들도 그렇지요.
안준철
몇 해 전,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갔을 때의 일입니다. 첫 목적지인 천지연 폭포를 구경하고 나온 아이들의 입에서는 하나같이 실망 섞인 말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사진만 못하다는 둥, 저런 것을 보려고 여기까지 왔냐는 둥, 말들이 많았습니다. 그런 현상은 다음 목적지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날 아이들은 줄곧 담임인 나에게 다음 목적지가 어디냐고 물었고, 그 다음 목적지 도착하면 또다시 실망 섞인 말을 내뱉는 일을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4월의 제주도는 그야말로 유채꽃 낙원이었습니다. 날씨가 약간 추운 듯했지만, 오히려 그로 인해 해맑은 햇살이 피부에 와 닿는 감촉을 즐길 수가 있었습니다. 아침 햇살을 머금은 노란빛의 유채꽃과 맑은 물색만으로도 삶을 돌이키게 하는 제주도의 옥빛 바다가 다음 목적지로 가는 사이사이에 끝도 없이 펼쳐져 있어서 저로서는 사실 관광지를 구경하는 것보다는 그런 과정 속에서의 일들이 더 즐겁고 행복하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대다수 아이들에게는 목적지와 목적지 사이의 과정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듯이 보였습니다. 차가 출발하면서 창밖으로 펼쳐지는 노란 유채꽃 일색의 풍경도, 제주도 특유의 오름들이 바라다 보이는 평원에서 한가로이 뛰노는 조랑말들의 모습도 아이들에게는 별 관심거리가 되지 못했습니다. 아이들은 차에 오르면 다음 목적지를 묻고는 곧바로 음악을 청해듣거나 전날에 잠을 자지 못한 탓인지 눈을 붙이기가 바빴습니다.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여행 목적지만을 생각하고 그 과정의 것들을 전혀 즐기지 못하는 것은 혹시 지나치게 목적지향적인 우리 교육의 잘못된 풍토와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학교 교육의 유일한 목적을 대학 진학을 위한 성적향상에만 두고 있는 우리 교육의 현실이 아이들의 삶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자연과 사물에 대한 감수성, 혹은 사회적 자아의 눈뜸과 발전을 위해 기여해야할 과목들마저 고득점 전략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우리 교육의 당연한 귀결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