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 때 발생한 산사태로 수많은 사회 간접 시설이 파괴됐다. 중국 정부는 지진 피해지 재건을 위해 막대한 복구 자금을 지원했다.
모종혁
티베트 사태 가해자에서 지진 피해자로... "중국 파이팅! 쓰촨 파이팅" 물결원촨 대지진은 쓰촨과 중국 경제를 흔들어 놓았지만, 국제 사회에 중국의 위상을 한껏 드높이는 계기가 되고 있다. 5월 12일 대지진이 발생하자마자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직접 재난 현장을 찾았다.
전쟁터와 같은 지진 피해지에서 진두지휘를 하는 중국 국가지도자들의 신속한 대처는 중국인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특히 쓰촨성 내 모든 지진 피해 지역을 훑어 다니면서 이재민들을 위로했던 원 총리의 행동은 상처받은 민심을 곧바로 안정시켰다.
중국 군부는 지진으로 인해 고립된 지역의 구조를 위해 공수부대를 투입하는 등 14만 명의 군 병력을 구조 작업에 투입했다. 중국 언론 매체도 자연 재해에 소극적인 보도 태도를 버리고 선혈이 낭자한 피해 현장을 시시각각 보여주었다. 국제사회의 지원을 거부하여 큰 비난을 산 버마와 달리 중국은 이번 지진을 통해 하룻밤 사이에 티베트 사태 가해자에서 대지진 피해자로 동정표를 받았다.
대지진은 중국 사회를 단결시키는 구심점이 되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는 '중국 파이팅', '쓰촨 파이팅'이란 글귀가 써진 티셔츠를 입은 시민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도시를 오가는 적지 않은 자동차에는 '중국인이여 단결하자', 'I Love China'라는 응원 구호가 적힌 스티커가 붙어 있다.
중국 국영 CCTV를 비롯한 각종 방송과 인터넷에서는 '집을 다시 짓자'(重新家園), '울지 마, 원촨'(汶川, 別哭), '친구여, 함께 이겨나가자'(親人, 我們一起抗爭) 등 지진을 이겨내자며 애국심을 고취하는 노래가 끊임없이 울려 퍼지고 있다.
중국 선전 매체가 원촨 떠오르기에 매진하는 데에는 중국 정부의 숨은 의도도 잠복해 있다. 대지진 피해자와 이재민들은 부정부패로 사회 간접 시설과 공공건물이 쉽게 무너진 피해를 낳은 중국 지도자와 지방 정부에 많은 불만을 품고 있다.
중국 정부는 피해 상황만을 극단적으로 부각시켜 대지진 피해자의 분노를 사전에 막고 침체된 민심을 애국주의로 몰아가고 있다. 이 때문에 피해 현장에서는 피해자와 이재민의 불만은 어디에도 없고 "중국 파이팅"(中國 加油), "쓰촨 파이팅"(四川 加油)의 구호만 울려 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