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장에 정정길 울산대 총장... 수석 7명 전원 교체

새 정부 출범 117일만에 청와대 전면 개편

등록 2008.06.20 17:51수정 2008.06.20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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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체 : 20일 저녁 8시 5분]

이명박 대통령이 류우익 대통령실장을 비롯해 수석비서관 7명 전원을 교체(공석 중인 사회정책수석 포함)하는 청와대 인사를 20일 단행했다. 새 정부 출범 117일 만이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실장에 애초 정치·행정 경력이 풍부한 정·관계 인사를 임명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정정길 울산대 총장을 기용했다. 또 정무수석에는 3선 의원 출신인 맹형규 전 의원을 기용했다. 국정기획수석에는 박재완 정무수석이 자리를 옮겼다.

외교안보수석에는 김성환 외교통상부 제2차관, 경제수석에는 박병원 전 재경부차관, 사회정책수석에는 강윤구 전 보건복지부 차관, 민정수석은 정동기 전 대검차장, 교육과학문화수석은 정진곤 한양대 교수가 각각 발탁됐다. 그러나 수석급으로서 교체 여부가 주목됐던 이동관 대변인은 유임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20일 오후 6시 새 대통령실장과 수석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이 같은 내용의 수석비서관 인선 내용을 발표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오늘 저희 청와대 대통령실장과 7명 수석 전원이 교체되는 조치를 했다"고 밝힌 뒤, "떠나가는 실장과 수석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불과 한 시간 전까지 근무했다"며 참모진 전원 교체에 대한 안타까움을 피력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새 참모진에 대해 "경륜이 있는 사람들을 뽑았다"며 "여러 가지 개인적인 검증을 철저히 해서 가능하면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평균재산 16억3000만원, 1기에 비해 55.6% 줄어

이명박 대통령이 새 대통령실장 등 참모진의 인선을 직접 발표한 것은 첫 인선에 이어 두 번째다. 이동관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조각과 첫 비서진 인선 때 일일이 소개한 관행을 정착시키고 싶다고 해서 내정자를 직접 발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 자신도 "임기 초에 앞으로 함께 일할 비서실이나 내각에 대해서는 직접 소개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오늘 일일이 소개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날 인사 보도자료를 통해 새 비서진에 대해 "실무적, 이론적 전문성과 경륜을 쌓은 인사로서 국민의 눈높이에서 검증된 인사들을 중점 발탁했다"고 밝혔다. 또 "일반 국민 정서에 맞는 인재를 폭넓게 찾아 적재적소에 배치했으며, 분야별·지역별로도 균형 있는 인사를 도모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신임 대통령실장과 유임된 이동관 대변인을 포함, 새 수석비서진 9명의 재산 평균액은 16억3000만원으로 1기 수석비서진의 36억7000만원보다 55.6%가 감소했다. 지역별로는 서울 출신이 4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영남 3명과 호남 2명으로 구성돼 있다.

정정길 신임 대통령실장은 한국행정학회장, 서울대학교 대학원장, 울산대학교 총장 등을 역임했다. 이 대통령은 정정길 신임 실장에 대해 "제가 이번에 여러 차례 권유했지만 (정 신임 실장이) 고사했다"며 "저에게 가장 도움이 되고, 보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이 돼서 부탁을 했고, 겨우 엊그제 수락을 받아 실장에 내정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청와대는 "주요 보직을 역임하면서 보여준 탁월한 리더십과 조직관리 역량이 인선 요인으로 꼽혔다"며 "대통령학의 권위자로서의 이론과 실무적으로 대통령을 잘 보좌할 최적임자로 판단한다"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

정 신임 실장은 '6·3 동지회'를 통해 오랫동안 이 대통령과 교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첫 조각 때 교육부장관으로 입각 권유를 받았으나 무산되기도 했다. 이동관 대변인은 " 신임 실장은 단순한 학자가 아니라 농림부 공무원으로 출발, 행정학 분야를 오래 연구했고, 연구와 실무에 모두 관여했기 때문에 학자라기 보다는 행정 전문가"라고 소개했다.

정 신임 실장은 "능력이 많지도 않은데 이런 중책을 맡게 돼 어깨가 상당히 무겁다"며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대통령이라도 잘 보좌하지 않으면 힘들다. 제가 최선을 다해서 대통령이 훌륭한 일들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소통' 강조한 신임 수석들... 이 대통령 "용기를 달라"

맹형규 정무수석, 정동기 민정수석은 각각 "앞으로 귀를 크게 열어서 많은 말씀을 듣겠다", "국민의 편에 서서 국민의 뜻과 소리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전달하겠다"며 '소통'을 강조했다.

김성환 외교안보수석은 "국민으로부터 사랑과 신뢰받는 외교안보 정책을 위해 열과 성의를 다하겠다"고 다짐했고, 박병원 경제수석은 "32년 동안 거시경제 정책을 담당한 경험 많다. 이번보다 더 어려운 때도 많았다"며 "우리 경제와 국민 저력을 믿고 성심껏 일하겠다"고 말했다.

박재완 국정기획수석은 "선진 일류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 꼭 필요한 일들을 차근차근해나가겠다"며 "경중과 완급을 잘 따져서 정론과 중론의 차이를 줄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강윤구 사회정책수석은 "우리 사회 곳곳에 따뜻한 공기가 스며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진곤 교육과학문화수석은 "우리 아이들의 앞날에 대한민국 미래가 달려있는 교육, 과학, 문화를 위해 대통령을 보좌해서 성심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동기 민정수석, 박병권 경제수석, 강윤구 사회정책수석 발탁과 관련 이동관 대변인은 "참여정부에서 차관으로 일한 분이 3명 포함됐다"면서 "나름대로 탕평의 의미와 함께 뛰어난 실무 능력을 높이 샀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장과 수석들의 소개를 마친 이 대통령은 "이제 저 자신부터 새롭게 출발하는 기분으로 시작하겠다"며 "새롭게 임명된 비서실장과 수석들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서 믿어주시고 저에게 용기를 달라"고 호소했다. 이 대통령은 또 "귀를 열고 마음을 낮추고 자세를 낮춰서 국민을 섬기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끝내 울먹인 류우익 "오늘은 내가 떠나는 연설문을..."

앞서 류우익 전임 대통령실장을 비롯해 수석비서관들은 이날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이임식에 참석, 3개월간의 짧은 청와대 생활에 대한 소회를 피력했다.

이 자리에서 류 전 실장은 "대한민국의 선진화를 꼭 이뤄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류 전 실장은 "바로 전날(19일) 다른 수석들을 면직시키는 연설문을 썼고 오늘 내가 떠나는 연설문을 써야 하는데…"라며 한동안 말을 잊지 못하고 울먹여 행사장을 숙연하게 했다.

곽승준 전 수석은 "절대권력인 자유를 찾아 길을 나선다"는 말했고, 이종찬 수석은 "다사다난한 허물은 모두 다 짊어지고 갈 테니, 남은 사람들은 역량을 발휘해 성공한 정부를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김병국 외교안보수석은 "용기 소신 꿈을 가지면 좋은 일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고, 김중수 경제수석은 "자기 일은 자기 머리로 해결하고, 남의 일은 나의 가슴을 써야 한다"는 엘리노어 루즈벨트(루즈벨트 전 미 대통령 부인)의 말로 이임사를 대신했다.

 20일 비서실장에 내정된 정정길 울산대학교 총장.
20일 비서실장에 내정된 정정길 울산대학교 총장.연합뉴스
정정길 신임 대통령실장은 20일 "촛불시위 사태라는 앞으로도 얼마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며 "앞으로 가급적이면 그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에 정부가 일을 잘해야겠다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정정길 신임 실장은 이날 이명박 대통령의 청와대 비서실 인사 발표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이 말하고 "그런(촛불시위) 불행한 사태가 계속 되면 지금 국가적으로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 신임 실장은 정·관계 인사가 아닌 교수 출신이라는 우려에 대해 "교수 출신 치고는 사회전반에 걸쳐서 폭넓게 알아보려고 애를 썼다"며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얘기하고, 고칠 것은 고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정정길 신임 대통령실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청와대 비서진 1기와 달리 2기는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어려운 질문이다. 사실은 업무파악이 안돼 있다. 내일 모레 인수인계 절차를 밟으면서 업무파악을 해서 거기에 따라 구체적 방침을 정해야겠지만, 무수한 분야에서 모인 1기 (비서)팀은 틀을 잡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틀이 잡혔으니까 차분하게 해야 할 일의 선후를 따기고 해야 할 것 아닌가. 대통령의 분신으로서 비서실은 행정이나 이런 쪽에 될 수 있는 한 많은 지원을 해주겠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는 지금 할 수 있다."

- 2기 청와대는 팀제로 운영한다고 하는데, 운영 방침은?
"그것도 지금 대답하기 어렵다. 수석들하고 공식적으로 대면한 것도 오늘 처음이다. 일주일 정도 지난 뒤, 이야기를 듣고 정부, 행정 쪽에서도 이야기를 듣고 기본 틀을 정해야 할 것이다."

- 이명박 대통령과는 6·3 사태 외에 어떤 인연이 있나?
"데모를 하고 같이 잡혀가서 고생도 했지만 (감옥에서) 나온 다음에는 저는 행정부로, 대통령은 회사로 갔다. 서로 엄청 바빠서 거의 못 만나다가, 80년대에 들어서면서 6·3 동지회라는 작은 모임을 통해 일년에 한두 번 정도씩 만나, 소주 마시고 헤어지고 했다."

- 일각에서 학자 출신의 대통령 실장에 대한 우려가 있는데.
"사실 저도 걱정이 된다.(웃음) 제 주변 사람들에게 들어보면 알 것이다. 제가 폭넓게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사회학 하는 사람은 사회 전체에 대한 흐름을 알고 이해하고 자기 분야로 들어가야 한다. 어떻게 하다 보니 전공한 게 행정학이니까, 자연히 정부의 여러 가지 위원회 활동도 많이 했다. 그러다 보니 또 자연히 정치계, 국회의원들 만나서 얘기 많이 했다. 교수출신 치고는 사회전반에 걸쳐서 폭넓게 알아보려고 애를 썼다.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얘기할 것이다. 열심히 많은 사람 만나서 고칠 것은 고치고 하겠다."

- 대통령 실장 수락했을 때, '이것만은 고쳐야 겠다'고 마음 먹은 것이 있나?
"어려운 질문이지만, 사실 1기 팀이 고생하고 굉장히 많은 일을 했다. 그런데도 상당히 어려운 사태, 촛불시위 사태를 맞으면서 책임지고 물러서게 됐는데, 이런 식의 촛불시위 사태라는 것이 앞으로도 얼마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여러 가지 여건들이, 사회 전체적으로 마치 불이 타기 쉬운 소재가 깔려있다. 이슈가 하나 터지면 바로 그런 식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 그런 불행한 사태가 계속 되면 지금 국가적으로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다. 일자리 창출도 해야 하고 민생도 안정시켜야 하는데, 국내외적으로 너무 어려운 상황이다. 앞으로 가급적이면 그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에 정부가 일을 잘해야겠다는 게 가장 중요하다."

#청와대 비서실 개편 #이명박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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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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