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시민으로서 세상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건강한 보수가 없는 것, 언론의 노골적 편들기 등을 비판했다.
임근재
그의 본명은 이형민이다. 사회체육을 전공한 그는 한때 헬스클럽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1999년, 인터넷 음악방송 레츠캐스트에서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패러디한 <배칠수의 음악텐트>라는 음악과 시사패러디를 결합한 내용으로 대박을 터뜨리며 주목받았다.
예전의 한 인터뷰에서 그는 아버지도 남의 목소리 흉내 내는 걸 잘 했다며 아무래도 "타고난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고등학교 때부터 개그맨이 되겠다는 꿈을 키웠는데, 몸이나 표정으로 웃기는 슬랩스틱 코미디에는 재능이 없는 것 같아서 치열하게 성대모사를 연습했다고.
그가 천연덕스럽게 연기하는 성대모사는 "완벽해지려면 최소한 몇 달은 걸려야 나온다." 또한, 시사정보 파악을 위해 아침에는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듣고 밤에는 <마감뉴스>를 꼭 챙겨본다고 한다.
타고난 끼를 씨줄로, 꾸준한 노력을 날줄로 인생의 황금기를 엮어가는 배칠수. 그는 자고 나면 위대해지고 자고 나면 '용도폐기'되는 방송계에서 어느새 10년을 넘겼다. 세월 따라 한 겹 한 겹 축적된 관록은 그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확립해주었다. 연예인임에도 유능한 직장인처럼 큰 굴곡 없이 점진적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그의 말마따나 '편안하고 익숙한 것'과 '지루한 것'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연예계는 들어오기는 무척 힘들고 쫓겨나기는 엄청 쉬워요. 어렵사리 데뷔한다고 해도 굉장히 성공 확률이 낮은 게임이죠. 방송에서 필요 없는 사람을 왜 쓰겠어요. 예쁘게 출시되는 신차가 항상 대기중인 상황과 같은 거죠. 자칫하다간 구형 그랜저처럼 돼요. 고급차인 것은 맞고 기름도 세금도 많이 드는데 아무도 찾지 않는 묘한 상황이 되기 십상이에요. 연예인이 선택당해 쓰이는 건 운명이에요. 그런데 능동적으로 쓰여야죠. 기회가 찾아왔을 때 재밌어서 못 빼도록 그 기회를 딛고 활용해야 합니다."직업으로서 연예인의 이런 처지에 대해 누구는 불안감을 동력으로 삼는다고도 말한다. 안 넘어지려고 중심을 잡으면서 잠재력의 최대치를 뽑아낸다고 얘기한다. 또 예술가는 배가 고파야 한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다르다. "일상의 여유로움 속에서 우러나는 잉여감정, 즉 안정적인 환경에서 더 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사풍자 프로그램 진행자로서 원칙을 밝혔다. 마음 속으로는 지지하는 쪽이 있지만 표현하지 않는다. 그걸 드러내는 순간 자신이 하는 풍자는 더 이상 풍자가 아닌 '편들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는 노골적 '편들기'로 도덕성을 잃어가는 언론계의 현실을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요즘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문화제'를 폄하·매도한 기사를 볼 때마다 몹시 씁쓸하다고.
과거청산도, 건강한 보수도 없는 정치판 아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