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저녁부터 20일 새벽까지 KBS 본관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가진 시민들.
박형준
'꾸준함'이라는 인생의 미덕인생에 있어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는, '꾸준함'이다. 최근 촛불문화제를 보면서 느끼는 것은 바로 그 '꾸준함'을 실천하는 시민들에 대한 놀라움이다. 주말마다, 휴일마다 참석할 수는 있어도 그렇듯 평일에도 꾸준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들 중 태반은 아침에 직장으로 곧장 출근하는 이들이다. 그나마 대학생들은 이제 곧 방학이 시작되거나, 혹은 이미 시작됐기에 부담이 덜하지만 직장인은 그야말로 피곤과 부담을 여러모로 감수하면서 시청 앞 광장과 코엑스, 그리고 여의도 KBS 본관 앞 등으로 나뉘어 촛불문화제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경찰의 과잉폭력진압이나 그에 굴하지 않던 시위참가자들 간의 첨예한 대치를 떠올린다면, 최근의 촛불문화제는 확실히 평온하다. 하지만, 그 평온함 속에는 "될 때까지 모이자"는 각오들이 보인다.
경적을 울려가며 시위참가자들에 호응해주는 자동차들, 그리고 평일이라 직접 거리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이명박 정부를 '감시'하고 있을 시민들, '장마'라고 해도 쉽게 촛불이 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뿐일까? '방학'을 벼르고 있는 학생들도 꽤 많다지 않던가.
이명박 정부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무슨 말을 해도 쉽게 신뢰를 얻기 어려운 실정이다. 게다가, '방송 장악 의혹'은 물론이고 '신뢰할 수 없는 인터넷'을 직접 운운한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 등은 다시금 누리꾼들을 자극했다.
인터넷담당 비서관을 신설한다는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인터넷 여론 수렴'이라는 신설 명분을 믿지 못한다. "인터넷 여론 감시나 제압을 하는 벼슬자리 아니겠느냐"며 피식 웃는다. 이명박 정부가 시민들에게 주는 신뢰도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마이크는커녕, 소리가 답답하다는 이유로 곁에 있는 확성기로 제쳐놓은 채 '라이브'로 자유발언을 이어가는 시민들의 모습, 먼저 발언한 사람이 다음 발언자를 지명하는 형식으로 자유발언이 끊기는 일을 막으면서 나름의 지혜도 보여주고 있다. 목소리는 한결같다. "단 1명이라 할지라도 끝까지 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KBS 현상윤 PD와의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