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들어 교육정책의 주도권은 교육과학기술부가 아닌 청와대가 가져갔다.
권우성
이명박 정부 들어 청와대와 정부 부처 간의 관계에서 가장 크게 변화된 부분은 소통이라고 한다. 예전 정부에서는 정책 입안과 집행은 정부 부처가, 정무 조정은 청와대가 담당했다. 기본적으로 정책은 해당 부처가 알아서 추진하는 형태였으며, 부처간 협의가 잘 이루어지지 않거나 보다 폭넓은 의견수렴을 해야 할 경우에만 청와대 혹은 국무총리 산하 국무조정실이 조정자로 나섰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역시 달랐다. 청와대가 주도한다. 교육정책도 마찬가지다. 장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이 사실상 관장한다고 있다고 한다. 웬만한 정책의 기본 방향은 위에서 주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면서 청와대와 교과부 사이의 소통도 막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관료들이 현장의 의견을 잘 들어야 한다고 말하는데, 이런 관계는 청와대와 교과부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양방향 소통보다는 일방통행이 두드러진다. 국정 운영이라기보다는 기업 경영에 가깝다.
그런데 소통 부재는 청와대와 교과부 사이에만 있는 게 아니라 청와대에 앉아 있는 실세와 국민들 사이에서도 존재한다. 그리고 이게 더 큰 문제다.
사교육비 절반 공약은 어디로 사라졌나2008년 2월 교육부는 의미있는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이 조사에서 학생과 학부모 5만 2천 명을 대상으로 사교육의 원인을 물었는데, 주로 '학벌사회'와 '대학서열체제'를 지목했다. 그리고 '사교육을 줄이는 데 효과 있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도 능력중심 기업채용 확산과 대학서열구조 완화에 많은 표를 던졌다.
학교교육 내부에 국한하면, 학교공부만으로 전 과목을 잘 할 수 없기 때문에 사교육을 받으며, 기초학력이 떨어지는 학생을 책임 지도하거나 EBS 수능강의를 활성화하는 게 사교육비 감소에 도움된다고 지적했다. 수준별 이동수업, 원어민 영어보조교사 확충, 방과후 학교 등은 그것보다 낮았다.
이게 이명박 대통령 취임 직전에 발표되었으나, 지금은 잊혀진 조사결과다. 이후 큰 정책들이 줄줄이 발표됐다. '사교육비 절반'을 입안한 당사자는 국민의 생각을 따르기보다 자신의 생각대로 했다. 1월에 대학입시자율화와 영어몰입교육이 발표됐고, 3월에는 일제고사를 보고, 4월에는 0교시와 우열반 허용이 나왔다. 눈이 휙휙 돌아갔다. 자잘하거나 오보라는 것까지 합하면 아침에 눈 뜨기 무섭다. 덕분에 일각은 여삼추(一刻如三秋)고, 피로가 잔뜩 온 몸을 덮친다. 해당 정책의 당사자인 학생들의 어지러움증과 짜증은 말할 것도 없다.
그동안 정부가 이야기해 왔던 용어나 자료를 가지고 이야기해 보자. 한국의 초중고등학생은 세계 '초일류'다. OECD의 세 차례 국제학력평가(PISA)에서 매번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가장 최근인 PISA 2006에서도 OECD 30개국 중 읽기 1위, 수학 1~2위, 과학 5~9위를 했다. 전체 57개국 중에서는 읽기 1위, 수학 1~4위, 과학 7~13위다. 상위 5% 학생 또한 비슷하다. 물론 이전의 두 차례 PISA에 비추어 과학 성적이 떨어지고 있으나, 전체적으로 우리의 초중고등학생들은 세계 최상위권이다.
이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존재한다. 이주호 수석과 보수언론은 '사교육의 영향'이라고 하고, 어떤 국가에서는 '교육과정의 차이'라고 한다. 하지만 국제학력평가를 주관한 OECD의 견해는 '평준화의 힘'이다.
그런데 세계 최상위권 학생들이 진학하는 우리 대학의 질은 그리 높지 않다. 스위스 IMD의 대학경쟁력 순위를 보면, 2005년 52위, 2006년 50위, 2007년 40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교육경쟁력이 40위, 42위, 29위인 점에 비추어 보면, 대학경쟁력이 교육경쟁력의 평균을 갉아먹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까 우리의 초중고등학생들은 세계 초일류인데, 대학경쟁력은 뒤쳐졌다는 이야기다. 대학 진입 단계에서 동맥경화가 발견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교육경쟁력을 생각한다면, 어디를 중점적으로 개선해야 할까. 초중등교육일까, 고등교육일까.
하지만 이주호 수석은 초중고등학교에 주로 손을 댄다. 대학에는 입시자율화와 '대학등록금 반값은 몰라'를 선물한 가운데, 영어몰입교육과 0교시·우열반·강제 보충수업·사설 모의고사 등으로 초중고등학교를 통째로 흔든다. 그렇지 않아도 일류대 입시 경쟁이 치열한 학생들에게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친구와 싸워 이겨라'를 선물한다. 여기에 예정된 자율형 사립고 100개, 기숙형 공립학교 150개로 평준화를 있으나 마나한 것으로 만들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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