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이 됐던 네이버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네이버
이미 실시간급상승검색어 순위가 순식간에 바뀌거나 사라지는 것을 체험한 네티즌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금칙어 설정 역시 네이버의 주장에 따르면 2년 넘게 아프리카가 금칙어로 지정됐다는 말인데 그대로 믿기는 쉽지 않다. 물론 기술적으로 네이버의 서버와 로그파일 분석을 할 수 없는 처지에서 네이버가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이상 이 문제를 밝혀내기는 쉽지 않다.
시장에만 충실한 기업? 네이버가 유독 이와 같은 문제의 도마에 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네이버 자체의 문제일까? 또는 인터넷 환경의 변화 때문일까? 아니면 네티즌 수준을 못 따라오기 때문일까?
살펴보면 네이버는 시장에 충실한 기업이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리고 언제 맥없이 사라져버릴지 모르는 시장의 냉엄한 현실 앞에 노심초사하는 기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친시장적일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촛불집회로 미디어다음의 아고라가 얼마나 큰 경제적 수익을 거두었을까? 영향력은 확대됐을지 모르지만, 수익면에서는 그렇게 크게 개선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아고라에 사람이 많이 모일 수록 정부의 여러기관으로부터 의심을 받게 되고 서버 증설 등의 부담이 늘어날 수도 있다. 미디어다음 아고라의 인기에 비해 별 실속 없이 뒷처리를 감당해야 하는 것이 우리 기업의 현실이기도 하다.
네이버는 어찌 보면 자본주의 자유 기업의 전통을 고수한 셈이다. 애초에 골칫덩어리인 정치적 사안을 정치적 중립이라는 그럴듯한 핑계거리로 피해가면서.
네이버와 구글은 인터넷 검색 시장에 후발주자로 등장하여 강자가 된 점, 미국과 우리나라를 대표한다는 측면에서 자주 비교된다. 물론 현재 매출크기나 글로벌 이름값 등에서 비교할 수 없는 크기지만, 구글이 성장한 배경에 개방이라는 환경 변화에 능동 대응한 점이 있다.
구글은 값비싼 전문가 콘텐츠인 구글맵 등을 개방형 응용인터페이스(open API)로 한 반면, 네이버는 누리꾼이 만든 지식검색 UCC마저도 자사의 것인양 개방하지 않고 있다. '지식IN'이 대표적 예다. 저작권자는 만든 사람이 가지는 것이 온당한데, 네이버는 자신들만 그 정보를 움켜쥐고 있다.
다시 말하면 네이버를 이용하려면 반드시 네이버에 들어가야 한다. 반면 'power by google'만 붙여주면 어떤 벤처기업도 구글의 핵심 콘텐츠를 사용할 수 있다.
이런 개방성의 문제는 다양한 서비스들을 묶어 소셜 플랫폼(platform)으로 진화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구글은 여러 벤처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양질의 콘텐츠를 개방하여 콘텐츠 흐름의 물꼬를 텄다. 네이버는 여러 벤처기업들을 불평등한 관계로 자사로 끌어들여 거대한 사해에 콘텐츠를 묶어놓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이와 같은 네이버의 전략은 비단 네이버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 우리 나라 인터넷 생태계를 망친다는 점에서 포털의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정치정보유통의 왜곡 현상 역시 이런 측면에서 네이버가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할 몫이다.
안티 네이버, 무엇부터 해결해야 할까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제로 네이버는 포털 1위라는 오만에서 벗어나야 한다. 인터넷 생태계 보호와 표현의 자유 그리고 직접민주주의의 다양한 가능성에 네이버가 적극 동참해야 한다.
포털의 생명은 정보 검색을 통한 자유로운 정보 유통에 있다. 자유로운 정보유통을 가로막는 모든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
우선 네이버는 의혹을 밝힐 수 있도록 로그분석 파일 등을 신뢰할 수 있는 기관에 공개하여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왔을뿐 자의적 개입이 없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둘째 클릭 한 번으로 쉽게 실시간급상승검색어, 금칙어 지정 등이 가능한 기술 환경을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예를 들면 금칙어를 지정할 때 '어느 날 어느 시간 누구 누구의 지시로 어떤 이유 때문에 금칙어를 지정하게 되었다'는 일련의 제도적 처리 과정과 기술적 로그파일을 따로 보관하여 의문을 품는 누리꾼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셋째 권력과의 핫라인에서 생길 수 있는 의혹을 줄여나갈 수 있는 기록 장치를 구비해야 한다. 핫라인은 소통을 통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돕자는 것이지, 권력과 외압에 누리꾼의 의사가 삭제되거나 추락하는 것이 아니다.
누리꾼들은 다음과 같은 고민을 함께 해야 한다.
첫째, '광클'(조회수를 올리기 위해 클릭을 미친 듯이 함)과 같이 누리꾼 스스로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일들을 하지 않아야 한다. 전·의경의 개인정보를 유포하는 것과 같은 마녀사냥도 자제해야 한다.
둘째, 문화와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여도 제도와 정치가 못 따라오면 무용지물임을 깨달아야 한다. 온라인이 광속으로 달려도 오프라인이 규제 일변도의 경로의존성에 익숙하거나 제도 정치권이 포털의 운영과 네티즌의 문화발전을 가로 막으면 온라인은 멈춰 설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제도와 정치가 촛불문화행사의 문화와 기술을 따라오도록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셋째, 네티즌들은 왜 자신들이 올린 지식검색에 저작권을 주장할 수 없는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네이버에 올라간 지식검색의 결과가 엠파스와 다음에도 검색되어 같은 지식을 두 번씩 쓰지 않아도 되고, 'Ctrl+c'와 'Ctrl+v'의 노가다를 하지 않도록 권리자로서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누리꾼이 지식검색에 답글을 단 것은 공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좋은 정보를 나누고자 경제 이익을 포기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 네이버는 지식검색의 경제 이익을 독차지하고 함께 쓰야 할 지식검색을 다른 포털과 벤처 기업이 쓰지 못하게 정보의 흐름을 막고 있다.
네이버의 문제는 사회구조적 원인도 크다. 네이버가 지레짐작하고 움츠려들었거나, 오프라인 정치가 방통위 등을 앞세워 압력을 행사하였을 개연성은 우리나라 기업현실을 볼 때 충분히 있다.
이런 구조적 문제를 뛰어넘어 이용자들에게 신뢰와 사랑을 받기 위해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네이버의 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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