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 라이벌의 재등장
.. 우리(미국)의 첫 번째 목적은 새로운 라이벌의 재등장을 저지하는 것이다 .. 《타리크 알리 외/국제연대정책 정보센터 옮김-전쟁이 끝난 후》(이후,2000) 14쪽
‘저지(沮止)’는 어려운 말입니다. 아이들한테는 참 어려운 말입니다. 그러나 어른들한테는, 신문과 잡지와 방송에서 글을 쓰고 말을 하는 어른들한테는 가장 쉬운 말인 듯합니다. ‘막다-가로막다-못하게 하다’라 하면 누구나 알아듣기 좋을 텐데, “한미FTA 저지”라는 말만 들리고, “한미FTA 막기” 같은 말은 들을 수 없습니다. ‘재등장(再登場)’은 ‘다시 나옴’이나 ‘다시 나타남’으로 손봅니다.
┌ 라이벌의 재등장을 저지하다
│
│→ 경쟁자가 다시 나타나지 못하게 하다
│→ 맞수가 다시 못 나오게 하다
│→ 맞수가 더는 못 나오게 막다
└ …
이 대목에서는 “새로운 경쟁자가 다시 등장하지 못하게 하다”쯤으로는 적어 주면 좋을 텐데. 이렇게 쓰기도 많이 힘들까요.
이렇게 한 다음에는, ‘라이벌’, ‘등장’, ‘저지’ 같은 낱말을 다듬어 봅니다. 낱말 하나하나를 찬찬히 살피며 알맞게 쓰기도 해야겠지만, 글월 짜임새를 뒤죽박죽 흐트리는 토씨 ‘-의’를 먼저 덜어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토씨 ‘-의’를 잘못 쓰기 때문에 뒤따르는 얄궂거나 알맞지 않은 어려운 말이 꽤나 많거든요.
ㄴ. 창밖의 눈
.. 폐렴이 재발하기 몇 달 전인 2001년 초 어느 날 형률 씨는 창밖의 눈을 바라다보고 있었다 .. 《전진성-삶은 계속되어야 한다》(휴머니스트,2008) 55쪽
“폐렴이 재발(再發)하기 몇 달 전(前)인”은 “폐렴이 다시 생기기 몇 달 앞서인”이나 “폐렴이 도지기 몇 달 앞서”로 손봅니다. “2001년 초(初)”는 “2001년 첫머리”로 손질합니다.
┌ 창밖의 눈을
│
│→ 창밖으로 내리는 눈을
│→ 창밖으로 쌓이는 눈을
└ …
“창밖의 눈”이라고 하면 어떤 눈인지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지금 내리고 있는 눈인지, 벌써 내려서 쌓인 눈인지, 차츰차츰 쌓여 가는 눈인지 헷갈립니다.
어쩌면, 다 내리고 녹고 있는 눈을 바라다보고 있는지 모릅니다. 이제 막 내리는 눈을 바라다보고 있는지 모르고요.
┌ 창문으로 눈을 바라다보고
└ 창밖 눈을 바라다보고
어떠한 눈인지를 말한다기보다, ‘창문 바깥으로 눈 모습을 본다’고 말하려 했다면 “창문으로 눈을 바라다보고”처럼 적거나 “창밖 눈을 바라다보고”처럼 적어야 알맞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http://cafe.naver.com/ingol (인천 골목길 사진)
2008.06.14 18:43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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