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고 유유히 가다 보면 빠르게 달릴 때는 볼 수 없던 풍경이 하나 둘 눈에 들어온다. 섬진강변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소도 보인다.
이돈삼
여행의 묘미는 속도를 줄이는 것으로 시작된다. 속도를 늦추면 여유를 느낄 수 있다. 평소 눈에 들어오지 않던 풍경도 정겹게 다가온다. 일상이 봄 햇살처럼 포근하고, 라일락 향기처럼 달콤해진다.
남도에는 자전거 여행을 즐길 만한 곳이 많다. 강변연가를 부를 수 있는 곳도 있고 호반미풍을 즐길 수 있는 곳도 있다. 해안도로를 타고 해변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길도 있다. 섬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도 색다른 멋이 있다. 섬진강과 영산강을 따라 강변연가를 부를 수 있는 자전거 하이킹 코스를 소개한다.
[증기기관차 다니는 추억의 강변길]섬진강기차마을∼고달교∼호곡리∼압록유원지∼구례교 전국의 강 중에서 가장 물이 맑고 경치도 아름다운 섬진강은 전북 진안과 장수 사이의 팔공산(1151m)에서 발원해 남해까지 212㎞를 흘러내린다. 또 하나의 큰 줄기인 보성강은 기이하게도 하구보다 더 남쪽의 보성에서 발원해 북쪽으로 휘돌아 흐른다. 200㎞가 넘는 강이지만 섬진강이 제법 강의 면모를 갖추는 것은 곡성 경계에 들어서면서부터다.
들판을 느릿느릿 지나온 강물은 산속으로 파고들어 사실상 거대한 계곡을 이루며 유속이 빨라진다. 경치도 판이하게 바뀐다. 곳곳에 암반이 드러나 강폭은 넓지만 거대한 계곡이다. 압록에서 보성강이 합류하면서 강폭은 조금 더 넓어져도 물줄기의 표정은 그대로다.
이렇게 아름다운 섬진강변에는 추억의 증기기관열차가 달린다. 한쪽으로는 자동차가 거의 다니지 않고 물 가까이 붙어가는 한가로운 시골길이 나 있다. 두계교와 두가세월교 사이에 앙증맞은 자전거도로도 조성돼 있어 자전거 하이킹에 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