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영원장이 미용장을 딴 것도 옛 여인들의 머리를 좀더 전문적으로 공부하기 위해서였다.
안소민
'고구려 여인 머리모양 전시회'라는 제목의 전시회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전주시민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 이색적인 전시회는 전주를 시작으로 이달에는 청주, 제주, 부산 순으로 전국 순회전시에 들어갔다.
한국미용장중앙회에서 주최한 이번 전시회의 첫 순서가 전주가 되었던 까닭은 바로 이 전시회에 남다른 애정과 심혈을 기울인 김모영 원장(전주현대미용아카데미)이 바로 전주사람이기 때문이다. 지난 9일, 현대미용 아카데미 사무실에서 김 원장을 만나보았다.
'고구려 여인 머리모양 전시회'. 제목만으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그 자리는 고구려 벽화에 나타난 고구려 머리 모양을 재현한 것이었다. 학창시절 국사 교과서를 통해 보았던 고구려벽화는 시험에 자주 등장했던 ‘검은 물방울 무늬’(?)가 있던 복식만 어렴풋하게 기억 속에 남아있었을뿐 딱히 '머리모양'이라고 부를만한 기억은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번 전시회에 더욱 관심이 쏠린 것인지도 모른다.
무스, 드라이기도 없는데 머리는 어떻게 올렸을까
그러나 솔직히 고구려여인의 머리모양이 궁금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보다 더욱 궁금했던 것은 '왜?'였다. 언제나 모든 인터뷰의 출발은 이 '왜?'라는 질문에서 출발하지만 이번엔 더욱 그랬다. 이유는 간단하다. 굳이 보지 않아도 그 길이 가시밭길임이 너무나 뻔하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김모영 원장은 대답은 매우 간단명료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니까요."
"예전부터 우리 옛 여인들의 머리에 대해 관심이 많았어요. 시어머니께서 굉장히 머리가 길었는데 그 긴 머리를 쪽비녀 하나만을 사용해 간편하게 쪽짓는 것이었어요. 그걸 보며 내심 감탄했던 기억이 나요. 한마디로 신기했죠. 지금이야 무스, 젤도 바르고 드라이도 사용하고, 온갖 실핀을 사용해 올림머리를 만들지만 그런 것이 없던 옛날에는 어떡했을까 싶어요. 그런 것 없이도 우리 옛 여인들은 정말 지혜롭고 간편하게 머리를 꾸몄거든요. 그런점이 참 궁금하기도 하고 내심 존경스럽기도 했죠."
그 후로 텔레비전 속 사극 드라마나 사극 영화만 나오면 여주인공들의 머리모습을 관찰했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텔레비전을 보거나 책을 보아도 우리 옛 여인들의 머리모습에 대해 속 시원하게 알려주는 곳이 없었다. 답답했다. 무엇보다 고대학문의 범위에 머리모양에 관해 전문적으로 가르치거나 배우는 과가 없었다는 사실에 놀랐다. 머리모양은 복식사의 한 부류에 속해있을 뿐 독자적인 학문체계가 없다는 사실도 그때서야 알게 되었다.
"왜 머리모양에 대한 체계적인 학문결과가 없는지 그게 불만이었죠. 물론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에요. 그런데 그 역사와 전통에 비하면 너무나 간단하고 단출해요. 머리모양이 겨우 6가지로 분류되어 있어요. 그런데 그 명칭마저도 연원이나 정의가 명확하지 않더군요. 예를 들어 '푼기명머리'(구레나룻처럼 머리를 남겨놓는 형태)는 이름이 왜 푼기명 머리인지 언제부터 어떻게 쓰인 것인지 정확하지 않은 거예요. 우리 머리의 뿌리 찾기 작업을 하고 싶었어요. 비록 그것이 아주 멀고 험한 길이라 할지라도 말이죠."
도서관·박물관·고서점을 샅샅이 뒤지다역시 그 길은 만만치 않았다. 고구려 머리모양 재현반을 작년 12월 꾸렸다. 총 44명이 모였다. 김 원장은 모임에서 총무를 맡았다. 그 뒤로부터 우리 옛 머리 뿌리찾기 작업을 향한 길고 험난한 길이 이어졌다. 서울에서 1주일에 두 번씩 스터디를 하기 시작. 모든 회원이 열심이었지만 김 원장의 의욕은 정말 남달랐다.
지방에서 서울까지 일주일에 두 번씩 상경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그 뿐만 아니라 한번 서울에 갈 때마다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에 새벽 첫차를 타고 올라가서 막차를 타고 내려와야 했다. 공교롭게도 때는 한겨울이어서 해도 짧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