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미국 신문에 실린 만평. 남자가 꽃 대신 기름(Gas)으로 프러포즈하고 있다. 하늘 높은 줄 모르는 기름 값으로 고민하는 미국 사회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DNRonline.com
다시 등장한 스쿠터... '공짜 기름'이 최고야!"엄마, 저 아저씨 좀 봐. 우리나라 생각나."
바로 엊그제, 집 앞에 있는 1차선 도로로 나갔을 때 작은 스쿠터를 보았다. 미국에 와서 처음 보는 스쿠터였다. 딸아이는 한국에 살 때 이따금 보았던 스쿠터를 다시 보게 되자 한국의 한적한 시골길이 생각나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이런 스쿠터의 등장은 내가 사는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이 아니었다. 지난 6월 2일자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기름 값이 오르면서 전국적으로 스쿠터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고 한다. 뉴욕 같은 대도시 역시 기름을 조금만 먹는 작은 스쿠터가 인기라고 한다. 그래서 스쿠터 판매량이 2008년 1/4분기 동안 전년 대비 24% 증가했다. 이런 증가 추세는 기름 값이 갤런당 4달러가 되기 이전부터 이미 시작되었다고 한다.
최근에 소비자들의 고개를 번쩍 들게 할 만한 매력적인 두 단어는 무엇일까? 'Get Rich(부자가 되세요)?' 아니면 'Lose Weight(체중을 줄이세요)?' 둘 다 아니다. 바로 'Free Gas(공짜 기름 넣으세요)'다.
은행이나 호텔, 골프채 회사 등과 같은 기업에서 내놓고 있는 판촉 상품은 바로 공짜 기름이다. 기존의 전통적인 판촉 상품을 대신해 나온 것이다. 그런데 이 공짜 기름이 기름 값 노이로제에 걸린 미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유명 골프채를 생산하고 있는 캘러웨이. 이 회사는 특정 드라이버를 사면 100달러짜리 주유권을 선물로 준다. 호텔스닷컴(hotels.com)은 이 사이트를 통해 3박을 예약하는 손님들에게 50달러 주유권을 주기도 한다. 한편 자동차를 타고 온 고객들에게 자동차 기름을 채워준다고 유혹하는 호텔도 있다. 미네소타 웨이자타에 있는 TCF 은행은 새로 계좌를 트는 고객들에게 50달러짜리 주유권을 선물로 주기도 한다.
기름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에서 기름 값을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 들이는 노력은 눈물겹다. 해리슨버그에 사는 제임스씨. 그는 부인인 데브라와 출퇴근 시간이 다르지만 기름 값을 아끼기 위해 카풀을 시작했다.
카풀 차량은 아내가 모는 소형 승용차인 시빅. 자신의 밴보다 연비가 좋기 때문에 그렇게 결정했다. 이들 부부는 될 수 있으면 차가 막히지 않는 이른 시간에 출근하고, 기다렸다가 함께 퇴근하면서 기름 값을 아끼고 있다. 사실 이들 부부의 근무 시간과 일터는 다르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치솟는 살인적인 기름 값을 생각하면 그깟 불편함 정도는 서로 참을 수 있다는 반응이다.
이들 부부는 기름 값을 아끼기 위한 방안으로 자신의 자녀들이 절대로 스쿨버스를 놓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원래 시간보다 3, 4분 먼저 아이들을 내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