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위해 만들어 놓은 주먹밥
김치민
해넘이 시간이 다 되어 행사장으로 돌아왔다. 뱃속 신호에 맞춰 행사장엔 주먹밥을 만드는 손길이 바쁘다.
"모든 재료는 유기농입니다. 여러분 끼니 거르지 마세요."
사회자의 이야기가 허공을 맴돌고 너도나도 비닐장갑을 끼고 주먹밥을 만든다. 수저와 젓가락은 필요 없다. 부모님이 물려주신 자연산이 이렇게 좋은데…. 순식간에 주먹밥이 동났다. 부족할까봐 준비한 김밥도 보인다. 누구랄 것 없다. 모두가 친구다. 주먹밥 한 줌 꼭 쥐어 옆에 선 친구에게 건네고 그걸 스스럼없이 받아먹으면 된다.
주먹밥으로 배를 채우는 동안 앞면의 무대에선 공연준비가 한창이다. 분위기를 띄우는 개량된 전통 타악기 연주가 시작되었다. 북, 장고, 꽹과리 등 전통악기와 개량된 현대식 북, 서양식 북까지 동원되었다. 북 위에서 물이 튀고, 불이 붙어 화려하다. 힘찬 손놀림과 몸짓이 청소년들의 역동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환호하는 아이들의 함성과 들썩이는 어깻짓. 이것이 다함께하는 흥겨움이다.
"죄송합니다. 아직 연주 연습이 모자라서 그만 제대로 못 했어요. 다음에는 더 연습해서 잘할게요."
금당중 보컬밴드 동아리 학생들이 첫 번째 공연에서 당황한 나머지 연주하다 중간에 잘 못해 제대로 마치지 못했다. 노래하던 녀석은 울상이 되어 이렇게 사과한다. '괜찮아! 괜찮아!'라고 무대 아래에서 화답하는 아이들.
"한 곡 더 한답니다. 큰 박수 주세요."
사회자의 넉살에 진지한 모습으로 드럼을 치고,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녀석들. '느리게 그리고 더불어 다함께'라는 축제의 주제를 너 나 할 것 없이 즐기는 모습이 너무도 아름답다.
주변은 이미 어둠이 자리했다. 반짝이는 조명이 색색의 빛깔로 드러난다. 아이들의 얼굴은 각각의 꿈을 담아 웃음으로 피어나고, 그 사이사이로 조명등에서 내뿜는 예쁜 빛이 파고든다. 아이들은 저마다의 향기와 저마다의 색깔이 있다. 오로지 한 줄 세우기에 여념없는 요즘의 교육현실이 부끄럽다. 아이들이 가진 각양 각색이 조화롭게 그리는 아름다운 세상이 단지 꿈이 아니길…. 도시에서 아이들이 몸으로 써가는 동화가 온 누리에 가득하기를 빌어본다.
벌써 열 번째를 맞는 순천청소년축제는 2008 첫마당을 이렇게 시작했다. 아이들의 넉넉한 발걸음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