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최근 운하 추진 ‘논의 중단’을 얘기했다가 이를 번복하는 등 오락가락 하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온 국민의 반대에도 예정대로 대운하를 추진하겠다고 하면서 밀실추진에 대한 비난여론이 부담스러웠는지 공개적으로 대운하를 추진하겠다고 한다. 전 국민의 70%가 넘는 압도적인 반대여론 속에서도 여전히 이명박 정부는 대운하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국토해양부가 교통연구원, 국토연구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한국해양연구원(가나다순) 등 5개 정부출연 연구기관(이하 ‘출연연’)에 용역을 발주하여 그 동안 비밀리에 대운하 관련 연구를 실시해왔음이 밝혀졌다. 이 연구는 운하의 기술적인 부분은 물론 경제성, 지역개발, 법·제도 등 운하와 관련된 모든 부문을 포괄하고 있다. ‘물관리 종합대책’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있으나 실제 운하를 위한 대책을 말하는 것이며 연구의 대부분이 운하와 관련된 내용으로 운하를 추진한다는 전제하에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로써 그 동안 정부가 민간의 제안서를 받은 뒤 운하를 검토하겠다는 말은 거짓으로 밝혀지게 되었다. 정부는 이미 국책연구기관을 동원하여 운하에 필요한 모든 연구를 하고 있으며 건설사는 시공만 맡으면 될 수 있는 단계까지 사전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정부예산 투입이 없다는 말 역시 거짓이었음이 밝혀졌다.
5개 출연연을 동원하여 추진되고 있는 대운하 관련 연구용역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출연연은 정권이 추진하는 ‘대운하’를 위한 용역기관이 결코 아니다. 출연연은 국가 차원의 과학기술 발전을 고민하고 장기발전전략을 연구해야 할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책연구기관이지 권력의 입맛에 맞는 연구를 대행해주는 기관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5년이면 끝날 정부지만 출연연은 그 이후에도 국책연구기관으로서 소명을 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대운하가 ‘민간 건설업체들이 알아서 할일’이라는 자신들의 공언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출연연을 대운하의 늪에 끌어 들이는 행위를 당장 그만두어야 한다.
또한 우리 노동조합은 대운하 관련 연구용역의 수행과정에서 연구자율성이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14개월의 과업기간은 무시되고 1개월여만에 결과를 내놓으라고 했으며, 과업지시서는 운하를 추진한다는 전제하에 작성된 것을 확인하였다. 개인 이메일은 물론 연구추진의 모든 내용을 대외비에 준하는 수준으로 관리해 왔으며 국토해양부의 어떤 용역보다 보안이 강조되었다. 연구 수행과정에서 연구자율성이 침해된다면 연구결과의 신뢰도는 추락하게 되고 그 부담은 온전히 출연연 연구자들이 지게 된다. 어떤 경우에도 출연연의 연구자율성은 보장되어야 하며 연구자율성을 보장할 수 없다면 그 연구는 중단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다.
전 국토에 생태적 대재앙을 불러올 것이 뻔하고 물류효과도 거의 없어 경제성을 찾을 수 없는 대운하 추진 자체를 중단하여야 한다. 대운하 추진으로 득을 볼 세력은 건설사와 일부 지방 토호들 뿐이다. 대대손손 우리는 생태파괴자로 낙인찍혀 원망을 듣게 될 것이다. 더 이상 ‘논의 중단’ 따위의 꼼수로 전 국민적인 저항을 모면하려 해서는 안 된다. 지금 당장 대운하 추진은 중단되어야 한다!
경제인문사회계와 과학기술계 출연연, 그리고 공공기관 종사자들로 구성된 우리 노동조합은 8천 조합원의 의지를 모아 대운하의 즉각 중단과 연구자율성 보장을 요구하는 종사자들의 서명을 청와대에 전달할 것이다.
출범 100일만에 20% 이하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이명박정부가 운하추진을 백지화하지 않은 채 국민을 속이면서 대운하를 추진하려 든다면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에 이어 국민들의 더 큰 저항에 부딪치게 될 것이다. 우리 노동조합은 대운하 백지화를 위해 운하추진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과 관련 단체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2008년 6월 9일
민주노총 / 공공운수연맹 /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