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온에어> 가운데 한 장면. 일회용품들이 어지럽게 널려있다.
SBS
어느 프로그램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하고 있나 눈을 부릅뜨고 찾아 봤더니 6월 7일에 방영된 <MBC 명랑 히어로>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패널들이 1회용 생수병을 손에 든 채 마시는 장면이 나온 것이다. 그것도 눈에 띄는 갈색의 음료수를 말이다.
예전에는 스타들이 방송 중간에 물을 마시는 장면은 생략되곤 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생수가 플라스틱병에 팔리기 시작하면서 예능 프로그램, 특히 MBC <황금어장 무릎팍 도사>와 같은 토크쇼에서 스타들이 1회용 생수병을 들고 물을 마시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다.
목이 마르면 물을 마시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꼭 플라스틱 병에 든 물을 마시는 장면을 고스란히 보여줄 필요는 없지 않은가?
이와 대조되게 6월 5일 MBC에서 방영된 <100분토론>에서는 패널들 앞에 깨끗한 물컵이 하나씩 놓여 있었다. 생수병을 벌컥벌컥 들이키는 스타들의 모습과 물컵을 들고 단정하게 물을 마시는 모습 중 어느 것이 더 보기 좋겠는가?
종이컵보다 머그컵이 훨씬 더 '매력적'이외에 아마 현대인들이 일회용품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분야는 커피와 장보기일 것이다. '스타벅스'가 세계를 강타하기 시작하면서 커피는 전 세계적으로 하나의 트렌드로 정착되었다.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커피프린스 1호점>을 보면 한국에서 커피라는 존재가 젊은층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지를 실제로 확인할 수 있다. 이제 한국에서 커피는 문화인 동시에 생활이 된 것이다.
여기저기 커피전문점이 생겨났고 급기야 '테이크아웃'이라는 제도가 탄생했다. 커피를 1회용 플라스틱이나 종이컵에 담아서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이 제도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편리함과 동시에 만족감을 안겨줬지만, 이로 인해 안 그래도 골치였던 커피 일회용품 사용은 급증하게 되었다.
여기에 기존에 있던 자판기 커피까지 더해져 한국은 커피로 인한 일회용품 사용에 급격하게 당황하게 되었다. 그래서 작년부터는 커피 전문점 안에서는 1회용 컵 사용을 금지하고 만약 일회용품을 사용하게 되면 컵 보증금을 받는 경우가 생겼다. 그러나 새 정부 들어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를 5년 만에 폐지했다.
지난 5월 31일에 방영된 <천하일색 박정금>을 보면 극중 경수(김민종)와 사공유라(한고은)가 꽃집에 앉아서 자판기 커피를 마시는 장면이 나온다. 정말 화면 가득 종이컵이 클로즈업되어 잡혔다. 모니터를 하는 나는 쾌재를 부를 일이지만 그래도 마냥 좋아하기는 뭔가 찝찝했다.
요즘 MBC에서 하는 <스포트라이트>는 방송 기자의 생활을 다룬 전문직 드라마를 표방한다. 이렇게 방송국이 배경으로 나올 경우, 자판기 커피의 사용은 더욱 빈번하게 화면에 나온다. 왜냐하면 꼭 선배가 후배에게 커피 심부름을 시키는 경우가 나오기 때문이다. 물론 현실에서 자판기 커피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자판기 커피 이용을 선도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것도 1회용 종이컵을 화면 전면에 내세우면서 말이다.
얼마 전에 종영된 SBS드라마 <온에어>를 보면 극중 서영은(송윤아)과 이경민(박용하) 또는 서영은과 장기준(이범수)이 가끔 만나서 커피를 마시는 장면이 나온다. 정말 재미있는 사실은 이들은 절대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항상 눈에 띄게 예쁜 커피잔이 등장하거나 흔한 도너츠 가게에 가서도 꼭 머그잔으로 커피를 마시곤 했던 것이다.
드라마에서 무조건 종이컵을 사용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종이컵 대신 예쁜 머그잔을 사용하면 간접광고에도 효과적이고 시청자들은 예쁜 소품을 구경하는 재미도 덤으로 얻게 될 것이다. 물론 드라마의 분위기도 예쁘게 살려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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