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밥 차리기우리가 먹는 저녁밥은 얼마나 친환경적일까.
박유미
알뜰살뜰 살림 잘하시는 우리 어머니, 대한민국 표준 주부를 자부하시는 우리 어머니께서 내가 내민 성적표 앞에 얼굴을 제대로 들지 못하셨다. 도대체 무슨 성적표이길래? 바로 6일 오후 내내 어머니를 따라다니며 내가 작성한 '친환경 밥상 성적표'이다.
"엄마, 깔끔하긴 하신데 친환경하고는 거리가 먼 거 같아요. 버리는 게 꽤 많아요.""내가 진짜 무신경하기는 했네. 그래도 네가 한번 살림해봐라. 그게 잘 실천이 되나."똑 부러지는 우리 어머니가 '생각보다 낮은 학점'을 받기까지, 나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이루어진 저녁 준비부터 식사, 뒤처리까지 모든 과정을 세심하게 눈여겨보았다.
"오늘 메뉴는 새우된장찌개, 맛있겠지?"새우된장찌개를 만들기 위해서는 풋고추, 팽이버섯, 파, 미나리, 새우 등 다양한 식재료가 필요하다. 대부분 냉장고와 베란다에 이미 있는 재료들이어서 양파, 애호박, 무만 사기로 했다. 어머니는 항상 여유 있게 식재료를 사놓아야 마음이 놓인다고 하셨다.
냉장고 앞에 따로 음식목록을 붙여놓지 않으셨기 때문에 이미 사놓고 또 사는 식재료도 있지 않을까? 냉동실을 열어보니 투명한 비닐로 묶여 있는 식재료 몇 가지만 깔끔히 놓여 있어 생각보다 과하게 구입하지는 않으신 듯했다.
오후 4시 30분, 어머니 팔짱을 끼고 시장으로 향했다. 우리 동네는 대전 서구 정림동으로 중소형 할인마트와 재래시장이 혼재된 곳이 근처에 많다. 어머니는 밖에 내다 놓고 파는 것보다 왠지 깨끗하고 저렴한 듯해서 할인마트를 애용하신단다. 그러나 오늘따라 할인마트 상품 상태가 좋지 않아 재래시장에서 구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