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9시 55분, 그들이 또한번 모였다. 포항 오거리 농협 앞에서 60명정도의 시민들이 모였다. "머슴들! 주인 말을 들으시오!! 냉큼 들으시오!"라는 플래카드를 옷에 걸고, 깃발을 하나씩 쥐어들고 출발한다.
버스에 올라타던 할아버지께서, 왜 알지도 못하고 그렇게 떠들어대냐고 화를 내신다. 이명박 지지자 16% 중 한 분이신가보다.
함께 행진을 하면서 보이는 도보행진단 약 60명은 1시간여만에 흥해로 넘어가는 언덕을 진입했다. 얼핏 봐서는 국토대장정을 떠나는 60인의 청년들로 보일 수도 있다.
필자는, 차타고 가시는 분들은 적어도 관심이 없는 줄 알았다. 아마도, 전날 16%의 지지율을 보였던 국민들 중 대부분이 포항과 같은 한나라당 당원들이겠거니 했을 테니 말이다. 행진을 하는 도중, 시외버스 운전기사님이 경적을 울리신다. 돌아보니 손을 흔들고 있다. 거기에 행진단원들은 사기충전. 대략 10대 정도의 차량이 응원을 해준다.
3시간여 행진을 하니 덕실마을 이정표가 보인다. 손전화를 꺼내니 1시쯤. 조금만 더 들어가 점심을 먹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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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자리를 펴고 앉기도 하고, 떨어진 솔잎을 방석삼아 앉아 김밥을 하나씩 쥐어든다. 발목이 심히 아프고, 발바닥이 까이고 물집이 생겼다. 이만큼 왔는데 돌아갈 생각은 죽어도 없다. 덕실마을 입구에서 버스 한 대가 우리 행진단을 보시더니 문을 연다. 우리도 깃발 좀 달라. 몇 개 문 안으로 던져준다. 휙~ 하고 가시더니 휙 하고 오신다.
아이는 그만한 거리를 걷기가 힘들어 화물연대에서 지원하신 선두 차량에 실어보낸다. 그렇게 4시간여 만에 도착한 흥해읍 덕실마을. 2시가 넘어서야 도착했더니 다리가 아프고 입에서 단내까지 아낌없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