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옥상에서 내려다본 경찰차. 갤러리 건물을 가리고 있다.
공숙영
문제의 진원지인 건물 벽 위로 높이 걸린 작품을 보는 순간 사태 파악이 확실히 되었다. 가까운 곳에 사시는 그분, 그 높은 분의 얼굴을 걸어 놓은 것이다. 다름 아닌 이 시국에. 등잔 밑이 어두울쏘냐. 연미의 인도를 받으며 외벽이 잘 보이는 길 위로 올라가려니 순찰하는 경찰로부터 어디 가느냐며 바로 제지가 들어온다. 가까스로 사진을 얼른 찍고 다시 갤러리 안으로 돌아왔다.
길 가는 행인들이 행여 외벽에 걸린 작품을 볼까봐 건물을 가리려는 건지, 전경차가 갤러리 건물이 면한 길 정면에 바짝 붙어 서 있다. 어차피 통행을 엄격히 제한하는 삼엄한 길목인데, 보아봤자 누가 얼마나 본다고. 갤러리 안에서 밖을 지켜보자니 가뭄에 콩 나듯 구름에 달 가듯 드물게 몇몇 사람들이 지나가다 높이 걸린 작품을 보고는 흠칫 입을 벌리고 눈을 떼지 못하는 광경이다.
연미가 잠깐 나간 사이, 몇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와 갤러리 안을 쭉 둘러보더니 급기야 사진을 찍기 시작한다. 어디서 오셨나고 묻자 답이 돌아오기를 구청에서 나왔단다. 돌아온 연미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자, 전날에는 경찰서 정보과에서 다녀갔다고 입을 연다. 경찰서에서 무슨 일로 어떻게 오셨냐고 물으니 그냥 개인 자격으로 전시를 보러 온 것뿐이니 신경 쓰지 말라고 하더란다. 진실로 멋진 경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