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저희 가족 사진 입니다.
김민정
"있잖아요, 아저씨~~ 여기 미아보호소가 어디예요? 저기요~~ 어린이 보호센터 가려면 어떻게 가요?"
한 여름 피서철, 시끌벅적한 바닷가 야영장에서 텐트를 치고 있는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이런 말을 하는 한 여자아이를 보신 적 있으세요?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5년 전, 제 나이 8살 때 우리가족은 친척들과 함께 여름휴가를 보내러 대천 해수욕장에 놀러 갔었습니다. 저는 물론 설레었지만 어른들께서는 다 함께 하는 여행이 처음이었던지라 걱정이 더 앞섰던 모양입니다.
"간신히 날짜를 결정하고 나니 준비물 분담 또 그 다음엔 차편 문제… 왜 그렇게 조율해야 할 일이 많던지…. 가기 전부터 정말 힘들었어~~"하지만 문제를 일으키지 않길 원했던 우리 가족은 대부분의 일에 있어 묵묵히 따르는 입장 이었고요, 그렇게 우리의 여행은 2박 3일 일정으로 시작됐습니다.
그러나, 휴가철이라 평상시엔 3시간이면 충분히 도착할 대천 해수욕장을 우리는 장장 6~7시간이나 되는 긴 시간 끝에야 간신히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아침 일찍 출발했지만 도착 해 보니 이미 해는 넘어가고 있었고요. 우리 모두는 녹초가 되었고 극도로 예민해져 결국 예정했던 모든 일들을 취소하고 각자 텐트 안에 들어가 휴식을 취했습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낸 것이지요.
둘째 날 아침, 당연히 분위기는 좋을 리가 없었습니다. 주변의 다른 가족들과는 정 반대로 침묵 속에 아침식사를 했고 "그냥 바다나 한번 보고 하루 앞당겨 점심 때 쯤 빨리 돌아가자"는 식으로 의견은 모아졌습니다.
"정말 그 때는 겉으로 표현만 안했을 뿐이지 다들 속으로는 함께 여행 간 걸 후회하고 있었을껄?"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저를 포함한 3명의 아이들은 "수영복을 입고 놀자"며 떼를 쓰기 바빴고요. 결국 그 성화에 못 이겨 삼촌과 숙모들이 상을 치우고, 텐트를 걷고 하는 동안 저희 아빠가 대표로 아이들을 전부 데리고 가 잠깐 놀다 오는 것으로 결론내렸습니다.
그런데 그 당시 어릴 적 온 동네를 다 휘어잡고 다닐 정도로 극성맞았던 저는 이미 아침밥을 먹을 때부터 혼자 수영복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아빠와 저는 먼저 바다로 갔습니다. 이후 친척 언니, 오빠들을 기다리며 아빠와 고무보트를 빌려 둘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아마 야영지에서 꼭두새벽부터 스스로 수영복 입고 밥 먹은 애는 너 밖에 없었을 꺼다!""누나!! 어릴 때도 여전 했구나~~"저보다 5살이나 어리기 때문에 이 여행을 함께하지 못했던 제 동생은 지금도 이렇게 저를 놀려댑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한참이나 지난 것 같은데도 언니, 오빠들은 오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또 요즘 같으면 어떻게 된 일이냐고 금세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 물어 볼 수 있지만 그때만 해도 핸드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아빠와 저는 더 기다려야 되는 것이냐 아니면 돌아가야 되는 것이냐를 놓고 실랑이를 벌였습니다.
하지만 황소고집이었던 저를 아빠가 당해낼 수 없었던지 결국 아빠는 그럼 "보트를 타고 잠깐만 여기 있어"라는 말을 하고 야영지 쪽으로 갔습니다.
저는 이 말에 좋다고 웃으면서 대답했지만 막상 아빠가 제 시야 밖으로 사라진 순간부터는 1분이 1시간처럼 왜 그렇게 길던지요…. 당시 말괄량이에다 동네를 휘어잡던 골목대장이던 저이지만 세상에 갓 나온 햇병아리임은 어쩔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나는 아빠가 그때 나 일부러 버린 줄 알았다니까~~ 솔직히 말해봐!! 화 안낼게~~""하하, 너가 어릴 때 엄마 아빠 속을 얼마나 많이 썩혔으면 그랬겠어~~ 앞으로 또 버림 안 받을 라면 잘해야 한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