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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조류 인플루엔자) 광풍이 몇 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관련업계의 타격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평소 열심히 닭을 튀기던 동네 치킨집 사장님도 의자에 앉아 쉬는 모습이 더 자주 목격된다. 사장님과 눈이라도 마주칠까봐 애써 외면하고 지나치지만 괜시리 내가 다 민망하다.
AI 발병은 광우병과 맞물려 그 여파가 쓰나미가 되었다. 때문인지 75℃에서 5분간만 익히면 안전하다는 홍보에도 불구하고, 한번 외면한 소비자의 발길을 좀체 돌려놓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관련 업계가 모두 울상은 아니다. AI 파동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성업 중인 곳이 있다. 매운 닭발을 주 메뉴로 내 놓고 있는 이집, 정든닭발이다.
경기도 안산 중앙역 인근에 있는 업소를 처음 방문한 시기는 4월 중순. AI가 확산되던 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리는 만석이나 다름없었다. 적어도 이집에서만큼은 AI가 맥을 못 추고 있었다.
AI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던 5월 초에 재방문을 했다. 혹시 타격받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나의 예상은 기우에 불과했다. 여전히 만석이었고 바로 옆 별관까지도 다 차 대기하는 사람까지 보였다.
궁금했다. AI가 왜 이집만큼은 비켜갔을까? 해답은 바로 이 집의 대표메뉴인 매운닭발에서 찾는다. 입안이 얼얼한 정도로 매운맛은 은근한 중독성이 있다. 학창시절 공포와 고통을 주었던 선생님이 오래 기억된다. 매운맛 역시 먹을 땐 고통이지만 뒤돌아서면 다시 생각나게 만든다. 안 먹으면 못 배기게 만드는 게 매운맛인 것이다.
그래도 역시 궁금했다. 매운맛만으로 이 처럼 많은 손님들이 찾아오는 걸까? 손님들이 이 집을 찾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터. 자극과 중화를 절묘하게 아우르는 메뉴구성이 바로 손님을 끄는 비결이 아닐까. 이 집에 오는 손님들은 매운닭발, 매운오돌뼈, 달걀찜, 밥을 기본으로 주문한다.
먹는 방식도 공식처럼 정해졌다. 대접에 담긴 밥에 매운오돌뼈를 넣고 비닐장갑을 낀 손으로 비벼 주먹밥을 만든다. 이것을 조미김으로 싸 먹는다. 매운맛이 가미된 주먹밥은 의외의 별미로 다가온다. 여기에 매운맛을 다스리는 순한 달걀찜을 먹으면서 매운닭발을 뜯는 재미라니. 손이 쉴 틈이 없다. 열심히 조물락거리고 열심히 뜯고 먹는 행위의 즐거움이라니.
음식을 손으로 먹는 행위는 우리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원시성을 깨운다. 그로 인해 우리가 지고 있는 사회적 짐에서 잠시 해방되는 기분. 그러니 음식을 먹는 그 순간만큼은 스트레스도 없다. 실제 대부분의 손님들 얼굴에선 화색이 만연하다. 이정도면 AI가 비켜갈 만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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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으로 바글바글... AI도 비켜간 매운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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